민원인들에게 한없이 높기만 했던 검찰의 벽이 시민 옴부즈맨 제도가 자리잡으면서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검찰시민옴부즈맨 제도는 민원인과 검찰 사이에서 감시ㆍ조정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03년 7월 대전지검 등 3개 검찰청에 시범 도입됐고 2005년 7월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시행되고 있다.

검찰청이 있는 지역의 시민단체, 언론계, 교육계 등에서 덕망과 식견을 갖춘 인사 중 위촉된 옴부즈맨은 검찰 수사나 민원 처리와 관련된 민원인의 불만을 듣고 해당 검찰청장에게 조치를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폐쇄적인 검찰 조직상 단순 명예직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옴부즈맨들이 적극 민원 해결에 나서면서 민원인들 중에는 옴부즈맨과 상담 후 검찰에 대한 인식을 바꾼 사례도 늘고 있다.

대검찰청이 12일 소개한 전국 검찰청별 우수 옴부즈맨 사례에 따르면 광주지검 옴부즈맨 허갑순씨(광주YWCA 이사)는 7천만 원을 빌려줬다 떼인 40대 여성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끝에 이 여성이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게 해줬다.

이 여성은 어렵게 모은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사기죄로 돈을 빌린 사람을 고소했지만, 피의자가 잠적한 상태라 사건은 기소중지되고 해결은 점점 늦어졌다.

검찰의 사건 처리에 불만을 가졌던 이 여성은 옴부즈맨 제도를 통해 허씨를 만나게 된 뒤 여러 차례 법률적 조언과 상담을 하면서 결국 피의자를 용서하고 자신도 화를 풀게 됐다.

허씨는 "옴부즈맨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장기간 재판에 시달리거나 한 사람이 여러 건의 고소를 한 경우가 많다.

검찰에 대한 불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소외감, 변호사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어려운 처지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창원지검 옴부즈맨인 경남대 하태영 교수는 검찰의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고 검찰청에서 자해 소동까지 벌였던 민원인을 상담했다.

상담 후 이 민원인은 "여러 번 고소를 했지만 그저 관련 서류를 떼어 보라는 등 누구 하나 내 이야기를 충분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음 속 쌓여 있는 이야기를 다하고 나니 후련하다"며 사건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고 한다.

폭행죄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고 만 5년 동안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고소, 진정을 반복했던 민원인도 서울서부지검 옴부즈맨 임덕기(마포구 자치연합회장)씨와 면담 후 억울한 마음을 풀었다.

임씨는 "아무리 법대로 처리를 했다고 해도 결국 적절한 설명을 통해 민원인을 납득시키지 않으면 민원인은 승복하지 안는다"며 형사 처분 담당자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당부했다.

지난해 옴부즈맨의 상담 건수는 모두 1천803건이었고 이 중 901건이 수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옴부즈맨 상담은 각 검찰청 홈페이지에 실린 상담 코너에서 신청하거나 직접 검찰청 옴부즈맨 사무실을 방문하면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