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도에 재활치료 전문병원이 다음 달 1일 문을 연다.

부산 내원정사가 단일 사찰로는 최초로 개원하는 마하병원이다.

의료 소외지역인 이곳에 첨단 재활병원을 마련한 주역은 내원정사 주지 정련 스님(65)이다.

"10여년 전 제가 다리를 다쳐 3개월간 깁스를 한 채 병원에 누워 있었어요.

그때 물리 치료를 받았는데 여간 힘들지 않더군요.

우리 사회에는 산업 재해와 각종 사고,뇌졸중,노인성 질환 등으로 재활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재활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재활치료 전문병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정련 스님은 이후 거제도에 5만평가량의 땅을 확보해 2004년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반야원을 개원한 데 이어 그 옆에 재활치료 전문병원을 열게 된 것.국비·도비·시비 등 정부 지원금 23억원에다 자체 예산 10억원을 들여 병원 건물을 지었고,설계·조경·토목 등의 비용도 절에서 댔다.

정련 스님은 반야원을 지을 때에도 정부 지원금 13억원보다 많은 17억원을 더 보태 최고 수준의 요양시설을 만들었다.

'쾌적,안락,편리'가 그의 모토다.

"환자나 지체장애인들에게는 환경 자체가 치료의 한 방편이기 때문에 최상의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오랫동안 치료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학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도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고려해야지요.

병원의 공간을 넓게 배치하고 주변 조경공사에 신경을 많이 쓴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병원을 짓는 1년여 동안 정련 스님은 1주일에 몇 차례씩 내원정사에서 거제도로 출퇴근하면서 인부들과 함께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 주변의 나무 한 그루,돌 하나도 직접 심고 배치하면서 환자들의 쾌유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마하병원은 내과와 가정의학과를 함께 개설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병원 인근 5개 면의 의료 서비스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단일 사찰이 병원을 여는 것은 불교계에선 처음이라고 해요.

첫 사례인 만큼 부담도 큽니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따라올 테니까요.

우리 병원은 영리가 아니라 재활이 목적이므로 최대한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겁니다.

그 자체가 보시요,자비의 실천 아니겠습니까?"

병원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련 스님은 "경영자가 자기 주머니만 챙기지 않으면 운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올해로 창건 34년째인 내원정사가 5만여 가구의 신도들이 내는 보시금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종합사회복지관,자활후견기관,청소년수련관 등 10여개 사회복지 및 교육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이런 경영마인드 덕분이다.

정련 스님은 "향후 3년 이내에 노인 실버요양원과 장애인 직업자활시설 등을 지어 반야원,마하병원과 함께 불교복지타운을 형성하도록 하겠다"면서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가려면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거제시 동부면 부춘리에 지하 1층,지상 3층,연건평 1200평 규모로 건축돼 100병상을 갖춘 마하병원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최대 규모다.

동시에 90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물리치료 공간을 비롯해 운동치료실,작업치료실,열전기치료실,골밀도측정기 등 첨단 진료 및 치료 장비를 갖췄다.

거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