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 확산으로 이제 주변에서 펀드 투자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펀드평가사가 실시한 투자자 선호도 조사 결과, 대부분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 때 수익률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펀드관련 정보획득 경로도 단편적인 수익률 등만을 제시하는 언론이나 인터넷 등이 주류를 이룬 반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에만 집착하면서 놓치고 있는 펀드 투자의 기본 원칙들을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되짚어본다.

한편 이번조사는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지난달 5∼14일 홈페이지(www.funddoctor.co.kr) 방문자 중 펀드 가입자 1천93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 과거 수익률에 집착..위험은 '뒷전'

우선 펀드 투자시 주로 고려하는 사항이 무엇인 지를 물어본 결과(복수응답) 응답자의 65%가 '과거 수익률'을 꼽았다.

또 '펀드 유형'을 고려한다는 응답자 비율도 59%에 달했다.

펀드 상품을 고를 때 어떤 자산을 편입하느냐 보다 수익률이 얼마나 나왔는 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설명이다.

또 '운용보수와 투자비용'을 고려한다는 응답자는 39%, '매니저 및 운용사'를 본다는 응답은 36%로 10명 중 3-4명 가량만 보수나 비용, 운용주체 등에 대해 고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욱이 투자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위험'을 주로 고려한다는 투자자는 23%, 또 수익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세금' 문제를 고려한다는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상품 선택시 과거 수익률이 얼마나 좋았는 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투자에 따른 위험이 얼마나 큰 지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상품 선택시 과거 수익률 만큼 눈에 띄는 판단기준도 없겠지만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요소인 만큼 과거 수익률에만 얽매이다보면 자칫 잘못된 판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

◆ 펀드 가입 후에도 손익만 지켜본다

이처럼 수익률에만 집착하는 투자 관행은 펀드 투자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투자 후에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사항으로 응답자의 78%가 '본인의 투자손익'을 꼽았다.

또 투자대상 펀드의 성과를 본다는 응답자는 66%에 달했고 펀드 수익률 순위를 관찰한다는 응답 비율도 46%나 됐다.

반면 '펀드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지표'는 36%만이 지속적으로 관찰한다고 답했고 '펀드의 포트폴리오 및 스타일'을 꾸준히 관찰한다는 응답도 24%에 그쳤다.

이 밖에 '펀드 운용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꾸준히 찾아본다는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물론 3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택했다면 굳이 시장상황이나 경제지표를 봐가며 마음을 졸일 필요없이 운용자를 믿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 상황이 급변해 시장 상황이 극도로 악화될 수도 있고 펀드 운용자가 운용스타일을 돌연 바꿀 수도 있다.

따라서 돈을 맡겨 놓은 뒤 수익률만 체크하는 수동적인 투자가 아니라 수익률을 비롯해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 투자 정보는 펀드평가사.언론.인터넷에서..전문가 도움은 거의 안받아

한편 펀드투자에 필요한 정보는 펀드평가사(72%)나 언론매체(62%), 인터넷(52%)를 통해 얻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재무설계사(FP)나 프라이빗뱅커(PB) 등 재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13%에 불과했고 '운용사나 판매사 광고'라는 응답은 7%, '운용사나 판매사(전화 문의)'는 5%에 불과했다.

펀드평가사는 펀드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 매체나 인터넷 역시 수익률 정보 등을 담은 콘텐츠를 신속하게 생산해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 평가사나 매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수익률이나 수탁고 등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상품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정작 자신에게 맞는 투자 정보는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상담과 이를 통한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거의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로인의 김재근 연구원은 "펀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서 선택의 폭도 늘었지만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수익률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투자설명서나 운용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경제지표 등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판매사나 운용사들도 투자자 교육이나 상담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