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인 근로자 9명이 납치된 나이지리아 남부지역은 작년부터 테러 및 납치 사건이 빈발해 치안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은 대표적 산유지인 `니제르 델타'로 불리는 곳으로, 다국적기업의 석유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날 납치된 대우건설 근로자 9명도 남부 바엘사주 오구 지역의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현장에서 근무 중이었다.

우리 근로자를 납치한 무장단체의 실체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이 이 지역의 대표적인 테러조직으로 꼽히며 다른 군수 무장단체들도 암약 중이다.

니제르델타의 분리 또는 독립을 내세우고 있는 MEND는 현지의 이조(ijaw) 부족 지도자로, 반역 혐의로 구속된 무자히드 도쿠보-아사리와 부패 혐의로 체포된 전 주지사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7일 발생한 대우건설 근로자 5명 피랍사건도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MEND에 의해 감했됐으며 당시 MEND는 지도자인 도쿠보-아사리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MEND를 포함한 무장단체들은 그동안 주로 석유 관련 이권 보장과 지도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현지의 외국기업과 근로자들을 주된 공격 및 납치 대상으로 삼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4월 21일 대선과 총선을 앞둔 상황이 겹치면서 현지 치안은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국가정보원은 이미 작년 9월 "(2006년) 8월에만 외국인 15명이 납치돼 현지인 5명이 피살됐다"며 "2007년 대선까지 테러 및 치안 정세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와 관련, 군 병력을 증강해 진압작전을 펴고 무장단체들도 이에 반발해 보복테러에 나서면서 테러 정세는 지난해 11월부터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6일 바엘사주에 있는 이탈리아 산유시설에서 무장괴한에 의해 근로자와 군인 30여명이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 2주 만인 같은 달 19일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1월 22일에는 포트하코트 앞바다에 정박한 이탈리아 석유회사 계열사의 선박에 무장괴한이 난입, 외국인 근로자 7명을 납치했다.

당시 해군이 이들을 추적해 총격전 끝에 근로자들을 구출했으나 2명은 사상했다.

지난달 19일에는 포트하코트에 있는 로열더치셸 구내와 이탈리아 석유회사 인근에서 차량이 한 대씩 폭발했으며 MEND의 소행으로 추정된 바 있다.

앞서 MEND는 같은 달 7일 이탈리아인 3명과 레바논인 1명을 납치했다.

이어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남부 리버스주 주정부 청사를 겨냥한 폭탄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일 중국인 근로자 5명이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우리 근로자 피랍 직전인 지난 8일 MEND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달 중 추가 공격을 감행할 것이며 더 많은 인질들을 납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정부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