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금고 인수 개입여부 조사

"한광옥씨, 권노갑 사무실 비용 김흥주씨에 대납요구"

김흥주(58ㆍ구속)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10일 한광옥(65)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씨와 금품을 간접 거래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실장은 1999년 해외에 머물다 귀국해 정계에 복귀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사무실 확보를 요청해오자 김씨를 통해 사무실을 마련해 주고 보증금과 임대료 등 대납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한 전 실장은 국회의원 신분이었고 1999년 11월부터 2001년 9월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검찰은 한 전 실장이 김씨에게 권 전 고문의 사무실 비용을 대납시킨 것으로 확인되면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고 조만간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실장을 피의자로 보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어떤 법 조항을 적용할지 결정하겠다"며 "김흥주씨 주변에서 사적 모임을 규합해 공권력의 도움을 받거나 김씨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비은행검사1국장이던 김중회(58.구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에게 김씨를 소개한 이근영(70) 전 금감원장을 이날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을 상대로 김씨에게 김 부원장을 소개해 준 경위와 권한을 남용해 금고 인수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이 전 원장은 "부실금고 매각을 주선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골드금고를 찍어서 얘기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주성(70) 전 국세청장을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결과, 국장 시절이던 2001년 9월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당시 국세청 과장, 술집업자 한 명과 술을 마시다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은 업자로부터 접대를 받다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 적발되자 김흥주씨를 통해 당시 심의관실에 파견돼 사정업무를 맡고 있던 신상식(55.구속)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에게 부탁해 조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사 왔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로비를 해서 감찰 조사를 무마한 일이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현장에 출동했던 당시 감찰반원 등을 불러 사실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수사 관계자는 "신상식씨의 혐의를 보강 조사하는 차원에서 이 전 청장을 조사했으며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피의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강건택 기자 jangje@yna.co.kr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