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몰리자 '돈벌이'용 전락..유적 훼손 초래

관광객이 몰리는 만리장성 한 구간의 관할을 둘러 싸고 베이징(北京)과 허베이(河北)가 유혈충돌까지 불사하며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중국 일간 신경보(新京報)가 25일 보도했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22일 `문자전(文字塼) 만리장성'의 관할권을 두고 베이징 쓰마타이(司馬台) 관리처와 허베이 진산링(金山嶺) 관리처간 쟁탈전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긴급 현장협의회를 주선하며 사태에 개입했다.

입장권 판매 관할을 명확히 해 이중징수에 따른 관광객들의 금전적 손실을 막고, 만리장성 보호 프로그램을 서둘러 실시토록 설득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갈려 쉽게 결론이 내려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있다.

이미 수년째인 이 두 관리처간의 다툼은 지난 15일 쓰마타이 관리처가 직원 23명을 동원, 진산링 관리처가 관할하던 서17루를 점령하고 입장권을 팔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진산링측의 반격으로 하루만에 서17루는 `탈환'됐다.

지난 4월에도 쓰마타이측이 현장조사를 명목으로 경계를 넘어오면서 유혈충돌이 발생, 4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쟁탈전의 원인은 두 관리처 사이에 걸쳐있는 서10루와 서14루간 문자전 만리장성 때문이다.

벽돌마다 1600년대초 명(明) 만력제 시기에 개축된 것을 의미하는 만력진부기병원(萬歷鎭虜騎兵營)'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또 예술적으로 뛰어난 기린 부조벽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현재 두 관리처는 따로따로 입장권을 받고 있는데 쓰마타이는 40위안, 진산링은 30위안에 입장권을 팔고 있다.

이곳 만리장성 구간을 통과하려면 입장객은 70위안이 드는 셈이다.

양측은 각각 1988년과 2006년에 발표된 국무원의 문화재 리스트를 근거로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장성학회 둥야오후이(董耀會) 부회장은 "관리 부서가 나눠져있고 규정이 애매모호한 것이 이들의 관할권 다툼을 초래했다"며 "만리장성이 지방정부의 `돈벌이'로 전락하면서 유적 훼손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최고의 건축물로 불리는 만리장성은 지난 1천100여년이 지나는 동안 자연적인 훼손 외에 최근들어 무분별한 개발과 관광객들의 쇄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