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감까지 퍼지면서 장단기 채권금리가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간 금리 격차는 21일 0.03%포인트로 좁혀졌다.

올해 초(1월2일) 3년물과 5년물 국고채 금리 격차가 0.3%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루짜리 콜금리와 10년짜리 국고채 금리 간 격차도 연초 1.87%포인트에서 이날 0.38%포인트로 줄었다.

단기 정책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인상 결정으로 올리간 반면 장기 금리는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기 채권일수록 낙폭이 커 장단기 금리 격차가 매우 좁아지는 '수익률 평탄화' 현상이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단기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기업들이 내년에도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투자를 기피하는 반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자금을 운용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채권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줄면 채권 공급이 감소하는 반면 매수세력은 여전하기 때문에 수급상 채권값이 상승(금리 하락)하게 된다.

한국은행의 연내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도 금리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이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해석됨에 따라 지난 10일 한은 금통위의 콜금리 인상 이후 채권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콜금리 인상이 단행됐던 10일 연 4.86%였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21일 4.81%로 낮아졌고,4.80%였던 5년물 국고채 금리는 4.78%로 떨어졌다.

채권시장에 공급되는 장기 국고채 물량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장기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한 달에 공급되는 10년 이상 국고채 물량은 2조원 수준인 데 비해 민간연금 등에서 발생하는 장기 국고채 매입 수요는 매달 4조원 이상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보험사들까지 장기 부채의 금리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국고채 매입에 나서면서 장기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장단기 금리 격차가 역전돼 장기 금리가 오히려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강세장(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이 발생하면 순발력을 가진 3년만기 채권금리가 1년짜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