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밤늦은 시각 서울 동대문 근처 바다이야기 게임장.구석 한 켠에서 게임에 몰두하던 김형태씨(60·가명)는 2년 전만 하더라도 경마광이었다.

주말마다 꼬박꼬박 경마장을 찾았고 유명 기수들과 술자리를 가질 정도였다.

하지만 김씨는 이제 더이상 경마장에 가지 않는다.

그는 "바다이야기의 게임 중독성은 웬만한 도박 이상"이라며 "그동안 쏟아부은 돈이 2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과거 강원랜드나 경마장에 가던 사람들이 최근 성인오락실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바다이야기,황금성 등 불법 사행성 게임이 난립하면서 정작 카지노,경마장,경륜장 등을 운영하는 공공사업자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특히 강원랜드,한국마사회(KRA),국민체육진흥공단 등 3개 공공사업자는 매출이 급격하게 줄면서 이들 업체가 출연하는 각종 기금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마사회 등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불법 사행성 게임 난립에 따른 공익사업자 피해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10조원에 달했던 경마와 경륜 매출액(합계)은 지난해 6조2000억원대로 급감했다.

불경기에 관람객이 더 많이 몰리는 경마와 경륜의 속성은 차치하고라도 매년 10조원 정도를 매출 기대치로 설정할 때 결과적으로 최근 3년간 9조6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줄어든 셈이라고 마사회와 공단측은 밝혔다.

강원랜드도 올해 영업 개시 7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하루 평균 입장객수는 4496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처음으로 9.7%(481명) 감소했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17만6000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로 인해 강원랜드의 올해 매출액은 작년보다 1170여억원이 적은 7300억원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사업자의 실적 저하는 성인오락실,성인PC방,불법카지노바(식품접객업으로 신고 후 게임테이블을 설치하고 카지노게임 운영)가 전국적으로 번져가면서 기존 경마나 카지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성인오락실 등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적으로 2만2400여개가 성업 중이며 지난해 추정매출액은 한국마사회 등 3개 사업자 총매출액의 7배인 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사업자의 영업이 위축되면서 레저세 등 각종 세금과 공익기금 출연액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매년 10조원대로 예상되던 경마·경륜 매출액이 지난 3년간 급감하면서 이 기간 중 세금 납부액은 1조9000억원,공공기금 출연액은 4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농어촌 장학사업과 복지사업을 하고 있는 'KRA와 함께하는 농촌희망재단'의 경우 마사회의 특별적립금이 감소하면서 장학지원 규모를 줄여야 했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농업후계 인력 양성을 위한 '영농희망장학금'의 경우 작년 1학기에는 학기등록금 전액을 지원했지만 2학기엔 학기당 120만원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강원랜드도 올해 매출 감소로 세금 납부액은 275억원,공공기금 출연액은 325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