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자유무역지역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경쟁력을 잃어 잇따라 간판을 내리고 있는 사양업종의 자리를 전자,자동차,조선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부가 업종 기업들이 빠르게 메워가는 양상이다.

21일 마산자유무역지원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신발 시계 라디오 섬유 등 업황이 나쁜 기업들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각종 코일 등을 생산해 온 한국동광은 최근 수주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공장 문을 내렸다.

1970년 12월 개업한 지 36년 만이다.

한 때 직원수가 3000여명에 달했던 이 회사는 생산성마저 크게 떨어져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목시계 자판을 생산하던 일본계 기업 한국산본은 지난 6월 말 사업 중단을 결정한 뒤 폐업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를 만드는 한국일신도 오는 10월까지만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한 뒤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예정이다.

일본과 미국 등에 신발을 수출했던 신흥화학도 오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직물류를 생산했던 빌리아니와 라디오 부품업체인 대환전자 등도 제품 경쟁력을 상실,최근 사업을 접었다.

이들 사양업종 업체가 떠난 자리에 성장업종 기업들이 연이어 입주하면서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업종구조조정도 빨라지고 있다.

2004년 폐업한 한국씨티즌 공장 부지에는 전자부품 업체인 미래지원이 최근 입주했다.

에어컨 등에 들어가는 전자기판을 제조하는 이 회사는 납품 물량이 늘어 올해 매출목표를 4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발전설비와 선박엔진을 제조하는 디케이테크사와 철도차량용 밸브를 생산하는 기본실업,자동차 조향장치 생산업체인 슈미트코리아 등 등도 올 상반기 이곳에 둥지를 틀고 공장 가동을 확대하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원관리원은 이와 관련,"지난해 초 이후 마산자유무역지역을 빠져나간 업체는 11곳이지만 14개사 새로 입주하면서 빠르게 물갈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원은 특히 오는 12월 마산자유무역지역 안에 공장부지 4만9000여평을 추가로 확보, 첨단 정보통신업체와 해외 연구센터 25개사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확장 부지에 공장이 들어서면 신규고용 2000명,수출 7억달러,외국인 투자 1억달러 등의 성과가 창출될 것으로 관리원은 전망했다.

그러나 폐업이 이어지면서 해당 업체 근로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국산본 관계자는 "30년 이상 회사와 함께 한 직원들이 적지 않은데 아무런 사후 대책도 없이 폐업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은 24만평 규모로 1970년에 조성됐으며 현재 77개사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42억41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 수출비중이 전국의 1.5%,경남 15.9%를 기록했다.

마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