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에서의 명의신탁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안을 제기해 보려고 했습니다."

최근 부동산 명의신탁자는 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의 이전을 요구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판결을 내린 서울서부지법의 이종광 판사(사시 36회)는 "조세 회피 등 부정한 목적에 부동산 명의신탁이 이용되고 있는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지 못하는 현실에 문제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부동산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결이라는 점 때문에 판결문의 토씨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대법원 판례대로 판결했다면 A4용지 2~3장이면 충분하지만 이 판사는 무려 49장에 이르는 장문의 판결문을 내놓았다.

그는 판결문에 부동산 명의신탁 제도의 기원과 관련한 법률,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문제점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 판결문을 쓰기 위해 지난 석달 동안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관련 논문만 수십 편을 읽었다.

이 판사는 "부담이 컸던 만큼 판결에 대한 근거도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그의 판결이 언론에 보도되자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신탁자의 채권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는 "채권자가 신탁자를 대신해 수탁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하급심에서는 가능하면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지난해 11월 친일파 이근호의 후손이 제기한 '땅 찾기 소송'에서 "친일파 후손의 재산환수 소송은 헌정질서 파괴행위"라며 각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