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양극화로 홍역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9일에는 양극화 현상을 놓고 학계와 정부가 붙었다. 학계는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산출한 기준으로 0.31(2004년)에 달해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점을 들어 빈부 격차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내각부는 즉각 반박하는 보고서를 냈다. 지니계수는 '통계일 뿐'이라며 실제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소득수준이 천차만별인 고령화 세대가 늘어나면서 저소득 노인이 많아졌고 핵가족화 진전으로 소득이 적은 독신 세대주가 증가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치바나키 도시아키 교토대 교수(경제학회장) 등 학계 전문가들은 "궁색한 변명"이라며 "가족 수를 고려해 소득을 평가한 OECD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초 일본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40% 이상의 국민이 자신은 중하층이라고 답변한 것만 봐도 양극화가 심해진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주장을 반영하듯 최근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비례해서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 일본 사회에선 최근 '힐스족'과 '하류 사회'가 유행어가 될 정도다. 힐스족은 도쿄 중심지의 초호화 맨션인 롯폰기 힐스에 거주하는 신흥재벌이다. 주가조작혐의로 구속될 처지에 있는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33) 등 젊은 부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 힐스족과 이들의 정반대편에 서 있는 하류사회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갈라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차기 총리감 1위로 꼽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정기국회 개회에 앞서 20일 오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9월 차기 총리 선거에서 사회 양극화 해소 정책이 선거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지향하는 사회는 '승자군'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 '패자군'에게도 기회를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이상의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한 일본이 구조조정으로 양산되는 '패자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