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막을 내리면서 우려했던 `노ㆍ노(勞ㆍ勞)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가 파업기간에 성명을 통해 조종사노조의 일방적인 총파업을 비난한데 이어 군(軍) 출신이 주축이 된 대한항공조종사협의회(대조협) 회원이 조종사노조의 독선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자신을 대조협에 가입한 `군 경력 조종사'라고 소개한 한 조종사는 노조 홈페이지에 "조종사노조가 자신들이 추구했던 사항들이 관철되지 못한 분노를 대조협 조종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종사노조는 대조협 사람들을 `해노(害勞) 행위자'로 매도하지 말고 이번 파업 결과를 야기한 여러분의 전략을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조종사는 "조종사 노조는 차라리 노동부ㆍ건교부를 비판하고, 언론을 비판하고, 민주노총의 지원없음을 비판하고 회사를 비판하는 이성을 발휘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의 분노에 찬 글을 읽자니 대조협이 여러분과 노동운동을 같이 하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이 나에게 딱지를 붙이는 순간 그 사람은 나를 부정한다"는 키에르 케고르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조종사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일제히 반박 댓글과 함께 대조협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속속 올리는 등 감정 대립이 극을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대한항공 내 노조는 ▲과장급 이하 운송 직원ㆍ객실 승무원ㆍ정비사 등으로 이뤄진 일반노조 ▲비행훈련원(공채) 출신의 조종사노조 ▲정식 노조는 아니지만 군 출신 300여명으로 구성된 대조협 등이 있다. 특히 대한항공 내 조종사들은 크게 군 출신과 1990년 이후 제주 비행훈련원을 수료한 공채 출신 등 2개의 그룹이 존재하며, 공채 출신이 전체 조종사 1천986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851명(42.9%)이다. 이들은 당초 단일 노조를 구성했다가 2003년 7월 단체협상 때 `군 출신 경력 인정'을 놓고 대립하다가 군 출신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대조협을 구성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앞서 일반노조는 파업 기간에 "조종사노조는 조종사만의 파업을 진행중"이라며 "단체행동권은 고유 권한이지만 그 결과가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조합원들의 몫을 뺏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