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의 박순석 회장이 신호제지 경영진의 백기사로 나섰다. 이로써 대주주와 경영진 간 경영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호제지는 아파트 건설업체인 신안이 계열사인 휴스틸 그린씨앤에프 관악 네오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신호제지 주식 235만7171주(지분율 9.9%)를 장내 및 장외에서 매입했다고 9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신안측은 신호제지 지분 매입 목적에 대해 경영권 참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호제지 관계자는 "신안그룹과는 한때 계열사였던 휴스틸(옛 신호스틸)을 신안에 매각하면서 인연을 맺었다"며 "특히 엄정욱 신호제지 부회장과 박 회장은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호제지측 주장대로 신안의 지분이 우호지분으로 작용할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열세를 보여왔던 이순국 이사(전 회장) 등 경영진의 입지는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신호제지 경영진은 지난 9월 1대주주인 국일제지(지분율 19.81%)와 3대주주인 아람파이낸셜서비스(아람FSI.12.04%)가 제기한 이사 해임 등 경영진 교체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대주주측은 법원에 임시주총 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1일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내 다음 달 13일 임시주총 소집을 준비하고 있다. 신호제지 경영진은 이번 신안의 지분 매입으로 자신들의 우호지분이 우리사주조합(4.4%) 신호제지 임직원(4.99%) 등을 포함,19.29%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국일제지 등 대주주의 지분은 특수관계사인 아람제1호구조조정조합(13.7%) 피낸자인베스트먼트(8.71%) 등과 함께 모두 54.26%다. 그러나 경영진은 피낸자인베스트먼트 지분이 자신의 우호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안 관계자는 "매입 지분이 신호제지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단순히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일지 이사를 직접 추천해 독자적으로 나서게 될지 등 구체적인 경영권 행사 내용에 대해선 결정된 게 아직 없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