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미국의 정책금리는 4.0%가 돼 3.5%인 우리나라 콜금리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 콜금리 인상론이 힘을 얻으며 국내 시중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ㆍ미 간 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논리다. 현재 한은법에 명시돼 있는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안정적인 경제성장 및 금융시장의 안정 역시 금리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현재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경기회복세가 아직 굳건하지 않다. 소비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생산증가율이 높아지면서 GDP 성장률이 올해 상반기 3.0%에 이어 3분기에는 4.4%로 높아졌고 선행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무역손실이 커지면서 소득이 거의 늘어나지 않아 소비증가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동행지수와 설비투자가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경기가 정말 저점을 통과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따라서 당분간 거시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경기회복 기조 정착에 둬야 할 것이다. 10월에 이어 콜금리가 또다시 인상된다면 불안한 경기회복 기조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 콜금리 인상을 예상해 시중금리가 계속 오르면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더욱 저하되고 부채이자 부담이 늘면서 중하위 소득계층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 경제는 2000년 8월 정점을 지난 후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순환주기가 짧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수준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보아 큰 틀에서 볼 때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장기부진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경기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일시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넘는 GDP 성장이 이뤄진다 해도 경제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연속 낮은 성장세를 기록해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 갭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방지 차원의 금리인상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한ㆍ미 간 정책금리는 역전됐지만 자본흐름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시중금리는 여전히 우리가 높다. 도리어 최근에는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따라서 향후 미국이 0.5%포인트가량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중장기 시중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한편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금리차가 아니라 환리스크 등을 포함한 수익률이다. 향후 IT산업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급격히 회수될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 자본유출이 우리 경제에 반드시 해로운 것인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자본수지에서도 흑자를 기록할 경우 과도한 원화절상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외환위기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은 우리나라가 자본유출에 대해 신중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나 개인이 해외에 투자한 자본은 유사시 재유입될 수 있는 우리 자본이고 우리 경제의 체력 역시 과거와 비교할 바 아니다. 경기회복세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점치고 있지만 회복의 근거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금리인상은 경제라고 하는 자동차가 지나치게 속도를 낼 경우 예상되는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조금씩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유사하다. 이제 막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우리 경제라는 자동차,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