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래 우리경제가 거둔 가장 눈부신 발전 중 하나는'인터넷 강국'을 건설한 것이다. 우리의 IT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전국 어디서나 초고속인터넷망에 접속이 가능하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OECD 국가 중에서 수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것은 곧 세계 최고 수준의 e비즈니스 여건을 갖추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뛰어난 IT를 다양하게 활용한 e비즈니스 확산으로 제조 유통 금융 등 모든 산업부문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난 4년간 28.3%에 이르는 전자상거래시장규모의 연평균 성장률이 말해주듯, 우리나라의 e비즈니스 성장 수준은 상당히 높고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아주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비즈니스 활용과 수준에 있어서 기업 간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간극이 나타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상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 예로 e비즈니스를 통한 생산성 효과가 대기업과 같은 일부 성공기업에 한정돼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업계 전체의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 국한된 e비즈니스 성공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 간 협력이 불가피하다. 기업은 기술 마케팅 전략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력관계에 의존한다. 거기에는 대·중소기업 간 협력,공급업체와 수요업체 간 협력,혹은 업종 간 협력 등이 있다. 오늘날 이러한 기업 간 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냥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민간부문의 투자욕구를 장기적으로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부문의 중추적인 역할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 간의 협업 인프라 구축을 통해 가치사슬(Value Chain)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지원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협업을 위한 노력이 정부 혼자만이 아닌,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 지혜와 힘을 모은다면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고유의 협동정신과 협업문화에 대한 가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의 하나인 공동체 문화는 대체로 서구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요소다. 그러므로 협동과 협업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심화된 세계경제의 경쟁구도 속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과 같다. 강력하고 단합된 사회적 역량은 분명 큰 유산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흔히 말하는 경쟁논리 외에,전 산업부문에 걸친 협업을 통한 e비즈니스의 확산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다 밝게 할 것이다. 전자거래진흥원장 김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