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 못지않게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가 주요한 관심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6자회담 참가국들은 19일 공동성명 4항에서 "(한반도 문제) 직접 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의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적절한 별도의 포럼을 통해서 평화협정 체제를 협상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 때문에 향후 6자회담은 공동성명의 분야별 과제를 단계별로 실천하는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포럼 구성 문제 등에 주안점을 둘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북한과 한반도 문제 관련국들간의 협의라는 두 개 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문제 관련국은 남.북한을 비롯 미국과 중국 등 4개국을 의미한다. 먼저 남북은 13∼16일 평양에서 열린 제16차 장관급회담의 공동보도문에서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6.15시대에 맞게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실천적인 방도들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해 당사자끼리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협의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남측은 회담 기간 내내 한반도 평화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남북이 선도적으로 평화체제 문제를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는 등 '당사자 해결'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측은 '북미 평화협정안'을 채택해 주변국들의 보증을 받는 방식을 좋아하고 있어 남측의 실질적 당사자 원칙에 얼마나 호응해 올 지가 관건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북한실장은 "남북한 사이에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이끌어내고 주변국이 이를 보증하는 방식을 정부가 가장 선호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마련된 남북 불가침 합의서와 향후 논의될 평화협정안이 합쳐지면 완벽한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은 이미 1992년 '정전상태의 평화상태로의 전환' 등을 내용으로 한 불가침합의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한반도 관련국들은 6자회담과 별개로 포럼을 구성해 한반도 평화정 체결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전망이다. 포럼은 한국을 비롯한 정전협정 서명국인 북한, 미국, 중국 등 4개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과 러시아가 6자회담 참여 지분을 명분으로 참여를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포럼에 참여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평화협정 이행 보장기구'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목소리를 내려는 일본과 러시아가 적극 움직일 것이란 설명이다. 윤 황 선문대 북한학과 교수는 "포럼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 기구가 출범해 한반도의 갈등과 긴장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나면 동북아 안보와 협력에 관한 현실성 있는 접근법이 가시화되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4개국 또는 6개국이 참여하는 포럼에서 평화협정 체결 방안이 논의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측은 북미 양자가 중심이 된 방식을 좋아할 것으로 예측돼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데 있어 유엔군사령부 (UNC)해체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반도 군사적 신뢰구축 과정이나 통일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고 UNC 해체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쉬운 감이 있지만 한반도 냉전구조를 완전히 청산하는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