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창설 60주년 기념과 함께 14일(현지시간) 개막된 유엔 정상회의에서 미국,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반(反) 테러를 역설하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빈곤 퇴치를 위한 공동노력을 호소하는 등 강조점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테러를 인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 테러 근절을 위한 유엔 회원국들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못사는 나라들은 절대빈곤과 빈부격차가 테러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며 빈곤퇴치를 위한 선진국들의 더 큰 기여를 촉구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무법 정권 통치자들에게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테러리스트들은 어디로 가건 정의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곤경과 억압을 무시하면서 조용한 삶을 추구하거나 그런 문제들을 외면한다면 안전이란 없다"고 반테러전 동참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1개 유엔 회원국들에게 테러 선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테러 선동행위가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서도 은신처를 제공하지 말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대테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테러리스트 및 그 추종자들에 의한 교육, 문화, 종교 기관의 파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를 포함,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의 이념에 대처할 것을 촉구하 고 1년 이내에 각국이 취한 조치들을 총회에 보고토록 했다. 유엔 안보리 역사상 3번째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이사국 정상들이 참석 한 가운데 열린 이날 안보리 전체회의는 90분간 진행됐다. 회의에서 블레어 총리는 "최근의 테러에는 이념이 있고 전략이 있다"면서 "그들의 전략은 단순히 살인을 하려는게 아니라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려는 것"이라고 유엔 차원의 대처를 촉구했다. 개발도상국 정상들은 그러나 만성적인 빈곤이 지역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을 돕기 위한 선진국들의 대외 원조 확대와 자유무역의 확대를 강력히 촉구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총회 연설에서 "빈곤은 갈등을 유발하며 이는 국경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는 일부 지역 뿐아니라 전세계적 차원에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폭력이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아와 빈곤을 추방해야 한다"면서 "수십억 인구가 기아로 고통받는 현실에서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특히 "기아와 빈곤은 노동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고 건강한 삶을 위한 희망과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가족과 사회를 붕괴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대량파괴무기를 없애는 일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메이카와 나이지리아 등 다른 개발도상국 정상들도 선진국들이 대외원조를 확대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키로 한 지난 2000년의 밀레니엄개발목표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퍼시벌 제임스 패터슨 자메이카 총리는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를 경감해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매년 선진국들에 납부하는 2천300억 달러는 지나친 부담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유엔 정상회의와 별도로 열린 기술개발 회의에서 "부유한 나라는 점점 더 부유해 지고, 가난한 나라는 점점 더 가난해 진다"면서 유엔과 국제기구들이 개발도상국들의 기술혁신을 지원해줄 것을 촉구했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