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정부가 발표한 2005 세제개편안은 여러가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결국 국민부담의 증가로 귀결된다. 매년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세제개편에 익숙해진 국민의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워질 살림살이 걱정과 국가재정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됐다. 경기침체가 지속되어 재정적자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공적자금용 예금보험기금채권의 국채전환이 계속되어 2004년 말 현재 국가채무는 203조원으로 늘어났다. 경기가 당초 예측보다 나빠져 세수는 예상보다 줄어드는 데 비해 사회복지예산의 급격한 증가로 재정적자는 심화되고 국가채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세수가 예산대비 4조3000억원이나 부족한 데 이어 금년에도 세입 여건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내년도 소요 예산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정부는 세금인상이라는 고육책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번 개편안의 세수 증대책으로는 신용카드 사용분의 소득공제율 축소와 소주 액화천연가스 세율인상뿐만 아니라 비과세 및 감면의 축소를 통한 세입기반 확대 방안도 포함돼 있다. 상장법인 및 등록법인의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방위산업용품에 대한 관세감면 등 올해 일몰이 도래한 감면제도를 연장하지 않고 폐지하기로 했다. 또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제도 개선, 주택자금 소득공제 대상범위 축소 등의 감면제도 정비방안도 마련됐다. 과세기반 확충 이 외에도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기업과세제도의 합리화,고령화 및 양극화에 대응한 세제보완,국가균형발전지원,세제간소화를 통한 납세편의 제고 방안이 포함돼 있다. 법인이 투하자본을 초과하는 순자산 증가분에 대해 법인세를 부담하는 것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투하자본에 결손을 입은 경우 결손금 공제는 특별한 제약 없이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분할법인의 이월결손금 승계를 허용해 기업분할이 촉진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내국인 또는 외국인 투자자가 조세피난처 등에 조세회피 목적으로 명목회사를 설립하여 우회적으로 국내에 투자하면서 조세조약의 혜택을 누리는 경우 실질과세 원칙에 의해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는 소버린,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탈 등 많은 헤지펀드들이 거액의 단기차익을 얻고도 세금 한푼 안 내고 떠날 수 있었던 세법 불비 상황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이다. 기업 퇴직금의 사내유보보다는 사외예치를 촉진하기 위해 퇴직연금 불입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허용하는 한편 퇴직급여충당금 손비인정한도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 경영자총협회는 근로자들이 퇴직연금보다 퇴직금을 선호하기 때문에 퇴직급여충당금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손비인정 축소에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는 국제적 관례이고 연금기금의 주식투자를 통한 자본시장 발전을 유도하는 차원에서도 퇴직급여충당금 손비인정 축소방안은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납세편의 제고 방안으로 성실중소사업자를 위한 간편납세제도와 연말정산서류의 간소화 방안도 마련됐다. 간편납세제도는 관련 단체들 사이에 논란이 있어서 도입 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지만,수입금액의 투명성이 확보되는 성실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간소화된 표준기장제도에 따라 간편하게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면 소규모 사업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는 현재 세금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선심성 의원입법을 40건 이상이나 제안해 놓고 있다. 이러한 국회가 세수 부족을 인식하고 인기 없는 세금인상 개편안을 내놓은 정부의 고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