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면서 전국 휴양지가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바가지 상혼 등 각종 무질서가 판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탈법.불법영업에다 피서지의 편의시설 부족, 쓰레기 무단투기 등 일부 피서객의 몰염치한 행위까지 더해지면서 편히 쉬기는 커녕 오히려 짜증만 부채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가지 상혼 지난 6월 26일 개장한 서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충남 대천해수욕장은 최근 불볕더위로 연일 20만~4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면서 바가지 숙박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평일 6만~8만원선인 장급 여관이 20만~25만원을 요구하는가 하면 4~6인 민박도 15만~20만원을 요구해 말다툼이 이어지고 있으며 방을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피서객이 상당수다. 공영주차장이 부족하자 개인 지주들이 공한지에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고 1일 2만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친구들과 해수욕장을 찾은 손 모(56.대전시 둔산동)씨는 "공영주차장은 만차상태여서 개인이 공한지에 임시로 조성한 주차장을 이용하려 했으나 1일 2만원을 요구해 말싸움만 했다"며 "해도 너무한다"고 짜증을 냈다. 피서객 안 모(54.대전시 동구 삼성동)씨도 "바가지 요금도 문제지만 이를 먼산 보듯 단속하지않는 행정기관이 더욱 문제"라며 발길을 돌렸다. 충남 태안군청 홈페이지 등에는 "평소 3만-4만원하던 여관방이 피서철이라고 12만원이나 받는다"거나 "입장료와 주차료까지 내고 해수욕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사유지라며 자릿세 3만원을 달라더라", "휴가 떠나기 2~3주전에 숙박업소를 예약하려 했는데 `그때 가봐야 가격을 알 수 있다'며 예약을 안받더니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싫으면 말고' 식으로 평소보다 배 이상을 요구하더라"는 등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동해안 최고피서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 해운대구청이 해수욕장 개장 전 파라솔 대여업자들과 맺은 협정가격은 파라솔(매트포함) 3천원, 튜브 2천원, 비치베드 5천원. 하지만 업자에 따라 파라솔 1만원, 튜브 5천원, 비치베드는 1만원까지 올려 받아 영문을 모르는 피서객들이 곳곳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대구에서 놀러 온 김 모(25.여)씨는 "왜 협정요금보다 비싸게 받느냐고 항의를 했는데도 성수기 요금이라 그렇다며 막무가내로 바가지 요금을 요구했다"며 "구청이 왜 이런 사람들을 단속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화를 냈다. 광주에서 가족여행을 온 박 모(44)씨는 "가족 4명이 2박3일간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에서 방을 빌리려고 했는데 30만원 가까운 돈을 달라고 해 찜질방에서 잘 생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해수욕장 주위 모텔 가격은 2인 기준 6만∼10만원, 민박은 8만∼10만원으로 비수기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받고 있었다. 동해안과 남해안 다른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의 불만도 적지않았다. 강릉을 찾은 전 모(40))씨는 "해변에서는 일본 도쿄보다 더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를 자랑하더라"며 "일본 신주쿠에서도 2천300원인 캔 맥주가 3천원이었다"며 짜증을 냈다. 강원도 고성 화진포를 찾았던 한 피서객도 "파라솔은 2만원의 바가지 요금을 받고 물가는 시중보다 40%를 더 받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경남 거제 구조라 해수욕장을 찾은 황 모(42)씨는 "현지에서 판매하는 생필품 가격이 터무니없디"며 "피서객들을 호구로 아는 모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조라해수욕장 근처 슈퍼와 임시판매점의 생필품 가격은 두루마리 휴지 1개(시중가 400원)가 1천500원, 생수 2리터(시중가 800원)짜리가 2천500원, 인스턴트커피 1통 (시중가 1천300원)이 3천원이었다. ◇쓰레기 무단투기 적게는 수만에서 수백만명의 피서객이 찾은 전국 해수욕장은 이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충남 태안지역 31개 해수욕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량은 하루 평균 100여t으로 피서철 이전에 비해 배나 많이 나오고 있으며 꽃지와 만리포해수욕장에서도 각각 15~20t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또 바닷물에 먹다 버린 라면이 둥둥 떠다니고 식당에서 내놓은 음식쓰레기 때문에 악취가 진동한다는 등의 글이 인터넷에 줄을 잇고 있다. 밤새 피서객으로 북적인 동해안 해수욕장도 아침이면 쓰레기 반, 모래 반의 백사장으로 변하고 있다. 개장 이후 현재까지 367만여명의 피서객이 다녀간 강릉 경포해수욕장의 경우 아침마다 백사장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맥주병과 소주병, 음료수 병 등은 물론 먹다 버린 음식물, 심지어 사용하다 그대로 두고간 돗자리에 이르기까지 온갖 쓰레기가 수거되고 있다. 하루에 수거되는 양도 20∼30t을 웃돌아, 지난달 개장 이후 현재까지 경포해수욕장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340여t에 달하고 있다. 속초해수욕장을 찾았던 한 피서객은 "가족들과 찾은 백사장은 앉을 곳이 전혀 없을 정도로 쓰레기 천지였다"며 "너무 지저분해서 돌아가고 싶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해운대해수욕장 등 부산시내 6개 공설해수욕장도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운대에서만 하루 20t 안팎의 쓰레기가 쏟아지는 등 6개 해수욕장에서 하루 평균 50∼60t의 쓰레기가 발생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실종된 시민의식 피서객들의 시민의식도 예전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해수욕장마다 피서객들이 백사장에서 고기 등을 구워먹고 음식물과 도구들을 방치해 매일 아침 구청 직원들은 쓰레기를 치우느라 전쟁을 치른다. 젊은층은 식수대에서 버젓이 발을 씻고 다른 피서객의 세면기 이용을 방해하는 등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관광객은 해수욕장에 애완동물을 데리고 들어가 피서객의 눈총을 받는 일도 생기고 있다. 경북 동해안을 찾은 임모(32.회사원.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개똥이 섞였다는 생각을 하면 불쾌하다"고 말했다. 경북 동해안 각 해수욕장에는 일부 피서객이 모터보트와 웨트슬래트(일명 바나나보트)를 운전하면서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질주, 피서객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포항 화진해수욕장에서 모터보트와 웨트슬래트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도 해변에서 새벽녘까지 이어지는 폭죽놀이와 청소년들의 술판은 피서객과 주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등 해수욕장의 질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또 포항시 북구 죽장면 입압리 면소재지에서 죽장면 상옥, 하옥을 잇는 죽장계곡 길이 3㎞ 노폭 2~3m 도로변에 평일 1천여명, 주말과 휴일 3천~4천여명의 피서객이 몰려 차량을 양쪽에 무질서하게 주차, 일반차량 통행에 큰 불편을 주는 등 피서지마다 불법 주차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청 이태호(50) 해수욕장 계장은 "시설 부족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의 질서의식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좀 더 즐거운 피서를 보내려면 시민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성진 임준재 유형재 이종건 이윤조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