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지법 민사51부는 21일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MBC를 상대로 낸 `안기부 도청 테이프' 관련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사실상 기각됐다. 재판부는 "방송 자체를 금지하기는 곤란하지만 테이프의 불법성이 있으므로 테이프의 원음을 직접 방송하거나 대화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실명을 직접 거론해서는 안 된다"며 "나머지 세부사항은 방송국이 결정할 문제다"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청 내용 중 관련 보도 건당 3억원씩의 간접이행강제금을 부과해달라는 부분은 건당 5천만원으로 액수를 낮춰 부분 인용했다. 주심인 이철원 판사는 "내용 자체를 방송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고 담긴 내용의 큰 취지는 밝힐 수 있되 세세한 내용을 밝히지 말라는 취지다"라며 "음성 원음은 물론이고 음성변조나 녹취록을 그대로 써도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청 테이프가 개인의 통신비밀을 침해했다는 점과 언론의 자유ㆍ공익성ㆍ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양쪽이 테이프의 불법 여부를 다투지 않아 이 문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대사와 이 본부장은 신청서에서 "불법으로 도청된 자료에 근거해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불명확하고 부정확한 내용의 보도가 이뤄진다면 신청인들이 불법 정치자금 공여의 당사자로 오인될 수 있는 심각한 인격권ㆍ성명권 등의 침해와 명예훼손이 이뤄질 것이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범죄행위를 구성한다"라고 주장했다. 신청인측 변호인은 오후 6시께 심문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면서 `MBC가 보도를 강행할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려해 봐야겠다"고 답했으나 다른 질문에는 일절 언급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