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멀던 강북지역과 낙후지역도 투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시의 `뉴타운특별법' 추진에 자극받아 뉴타운에는 먹잇감을 찾는 투기꾼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고 정부가 수도권발전대책의 일환으로 혐오시설을 옮기겠다고 공표한 지역들도 집값이 오르고 있다. ◇ 일부 뉴타운 1주일새 10% 급등 = 서울시의 `뉴타운특별법' 추진 발표는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면서 꿈틀거리던 뉴타운 시장에 기폭제가 됐다.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단지도 보다 쾌적하게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에 그동안 잠잠하던 뉴타운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뉴타운중에서 가장 입지 여건이 좋다는 한남뉴타운은 투기세력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서울시 발표 이후 매물이 사라졌고 호가는 급등하고 있다. 한남동 H부동산 관계자는 "올 들어 강남 집값이 뛸 때도 조용했는데 서울시 발표를 계기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면서 "그동안 쌓여있던 물건들은 팔리거나 매도자가 거둬들여 지금은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평당 2천500만원하던 재개발 지분 10평이 최근 평당 2천800만원에 팔렸으며 호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리젠트부동산 관계자도 "문의가 워낙 많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는 말로 달아오른 분위기를 전했다. 강동구 천호뉴타운도 한 주만에 지분값이 10% 안팎 뛰었다. 실로암공인 관계자는 "대지지분이 10평 정도 되는 30평대 빌라의 경우 2억5천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이달 초보다 3천만원 정도 값이 올랐다"면서 "2억원 안팎의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물건을 찾는 소액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현뉴타운에서 영업하는 부동산119공인 관계자도 "서울시 발표를 계기로 문의는 많아졌는데 호가가 올라가면서 거래는 완전정지됐다"고 말했다. `뉴타운특별법'이 정부의 국고 지원 반대 등의 이유로 순탄치 않을 수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한남뉴타운에서 영업하는 하나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갈등이 있긴 하지만 정부나 서울시 모두 뉴타운을 빨리 만들려는 생각은 같은 것 아니냐"면서 "투자자들은 재개발 투자의 핵심인 사업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는 이같은 투기를 우려해 특별법 추진을 발표하면서 뉴타운내 일정규모 이상의 토지에만 적용되는 거래허가제를 모든 토지로 확대하고 지정 후에 권리의 지분분할을 규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투기세력들은 법 제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섣부른 발표가 부동산 가격만 뛰게 만든 셈이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은 투기수요가 강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구로구 등 낙후지역도 호재로 `후끈' =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발전대책도 일부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은 구로구로, 구로1동 한국철도공사 차량기지가 외곽으로 나가고 고척동 영등포교도소도 이전이 결정됐다. 차량기지는 그동안 구로동의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요소로 여겨져 왔고 소음 문제 등으로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차량기지 서쪽으로 아파트 8천여가구가 모여있는데 이 아파트들은 차량기지 때문에 구로동의 다른 지역 아파트보다 값이 훨씬 저평가돼 왔다. 하지만 구로구가 차량기지 부지 4만5천평을 주거지 및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부동산 관계자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아파트값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영등포교도소가 옮겨가는 고척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영등포교도소를 내려다보는 인근 서울가든, 현대우성 등은 가격이 최근 일주일 새 수천만원이 뛰었다. 고산공인 관계자는 "서울가든 32평형의 경우 로열층 기준으로 최근 2천만-3천만원씩 올라 현재 2억6천만원 안팎의 호가를 보이고 있지만 매물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영등포교도소 부지(3만평)는 문화.레저.스포츠 복합단지와 공원, 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하부대가 이전하는 금천구 독산동은 오래전부터 옮겨가는 것으로 알려져 당장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충만해 있다. 계룡공인 관계자는 "아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기대감이 커진 듯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인근 수도권은 이미 상승세 = 서울을 둘러싼 평택, 파주 등 경기 일원은 이미 각종 개발호재로 부동산값이 많이 올랐다. 5월의 경우 미군기지 이전 기대감이 높아지는 경기 평택시의 땅값이 1.959%나 올라 전국에서 가장 오름폭이 컸고 여주(1.104%), 화성(1.326%) 등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아파트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경기 남부지역인 분당(27.71%), 용인(24.50%), 과천(21.09%), 평촌(20.15%), 의왕(14.32%), 산본(11.87%) 등 6곳은 판교신도시와 재건축 추진의 영향에 힘입어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내린 곳은 김포신도시의 면적 축소 여파가 미치고 있는 김포(-0.95%)와 최근 공 급이 많았던 오산(-1.25%), 평택(-1.25%) 등 3곳 뿐이다.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정부의 수도권 발전대책으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연보전권역내 난개발을 방지하면서 지구단위계획과 오염총량제를 확대 도입할 경우 충분히 기반시설을 갖춘 택지지구 조성이 가능해지고 정비발전지구제도가 도입되며 그동안 낙후지로 외면을 받았던 지역이 새롭게 조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보전권역이 많은 경기도 가평, 앙평, 여주, 광주, 하남 등 동부권과 의정부, 양주, 연천 등 경기 북부 등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지만 매수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청사가 옮겨가는 과천과 토지공사, 주택공사가 이전하는 성남시 등도 정비발전지구 지정 가능성이 높아 수혜가 예상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수도권 남부지역의 집값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도 평택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불과 2, 3년전만해도 평당 10만-20만원이었던 땅이 지금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면서 "주변 시장은 대세 상승기"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