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사망자까지 발생한 16일 캄보디아 국제학교 인질극의 범행동기를 둘러싸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시엠 레압주 헌병사령부의 프락 칸톤 부사령관은 17일 주범으로 알려진 20대 초반의 범인이 한국인 고용주가 폭행한 데 앙심을 품고 복수를 위해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칸톤 부사령관은 한국인 가정의 운전사로 고용된 범인은 고용주가 최근 화를 내면서 얼굴을 때린 데 격분해 일자리를 그만둔 뒤 고향인 칸달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범인은 이후 매일 한국인들에 대한 복수를 생각하고 권총을 구입해 소지하고 있던 중 고향친구 3명에게 외국인들과 캄보디아의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를 급습해 돈을 탈취하자며 범행 가담을 제의했다고 칸톤 부사령관은 주장했다. 사건 당일 범인은 국제학교로 가 2명의 한국인 어린이들을 찾아 살해하려 했으나 찾지 못해 당초 의도는 물거품이 됐다고 칸톤 부사령관은 덧붙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현지 교민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교민들은 외신 등을 통해 칸톤 부사령관의 이런 주장이 보도되자 긴급회동을 갖고 진상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에서 관광식당을 운영하는 교민 C모(40)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소문을 해본 결과 범인 가운데 한 명이 최근까지 한국식당에서 운전사로 일한 것은 사실로 판명됐다"면서 "그러나 업주는 폭행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 식당에서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범인의 사촌형도 구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면서 "동남아 지역 특히 캄보디아에서는 사람들 앞에서 꾸짖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 데도 가장 민감한 신체 부분인 얼굴을 때린다는 것은 상상 조차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또 "헌병장교의 주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책임을 개인 대 개인의 원한으로 축소하려거나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민인 K모(42)씨도 "캄보디아인이 다혈질인데다 총기류 구입이 손쉬운 캄보디아에서 현지인을 외국인이 구타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라면서 "어느 상황에서든 책임을 면하기 힘든 캄보디아 정부가 잠시나마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꾸며낸 계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범행동기가 정치적 목적 혹은 연간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주는 캄보디아 여행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캄보디아 북부 국제학교에서 16일 벌어진 인질극으로 캐나다 국적의 어린이 1명이 숨지고 6시간만에 종료됐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