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법원은 14일 전직 군정관계자들을 보호해 온 1986년과 1987년의 두 가지 사면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대법원 전원재판부는 이날 7대(對)1 표결로 80년대 두 사면법을 무효화했다. 이로써 이른바 1976-83년 아르헨 군정기간중의 좌익탄압을 일컫는 `추악한 전쟁' 시절 고문과 납치, 유아유괴 등 혐의를 받는 과거 군정관계자 등 수백 명이 근 20년만에 다시 사법처리될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이번 조치로 2003년 5월 중도좌파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 취임 이래 계속되고 있는 아르헨 정부의 `과거사 청산' 작업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다. 먼저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취임 3개월째였던 2003년7월 과거 군정에서 인권유린을 자행한 인사들의 외국 신병인도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도록 한 포고령을 무효화했다. 곧이어 같은해 8월 의회는 두 가지 주요 사면법을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회 의결을 근 2년만에 승인한 것이다. `추악한 전쟁' 관련자 처벌을 주장해온 인권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환영 성명을 내며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군정 관계자 처벌에 대한 군부내 저항은 관련자 상당수가 은퇴하면서 최근 몇년 간 줄어들었다. 호세 팜푸로 국방장관도 대법원 판결 직전 사법부 결정에 정부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82년 영국과 벌인 포클랜드전쟁 패배 뒤 취임한 라울 알폰신 정권은 호르헤 비델라, 로베르토 비올라, 레오폴도 갈티에리 등 전 군부독재자들을 내란과 살인, 인권유린 혐의 등 혐의로 사법처리했다. 그러나 군부가 이에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86년과 87년 국민화합 차원에서 `푼토 피날'(일명 국민화합법)과 의무복무법을 각각 만들어 사법처리를 중단했다. 두 법은 1차 사법처리 이후 범죄혐의가 새로 드러난 군정관계자들에 대해 기소 면책권을 부여하고 군에 계속 몸담을 수 있도록 보장했으며, 이후 1990년 당시 메넴 정권은 대대적인 사면조치를 단행해 구속수감됐던 군정인사들까지 `면죄부'를 안기 기도 했다. 더욱이 2001년 당시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前)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령은 이들 의 신병을 외국으로 인도하는 것을 금지토록 했다. 86년과 87년의 두 개 사면법에 대한 비난 여론은 계속 커져왔다. 이 법이 보호 하지 않고 있는 군정 희생자 자녀의 불법 입양 사건은 법정에서 단죄돼 그동안 11명 의 군정 관계자들이 징역형이나 가택연금 처벌을 받았다. 군정인권유린조사위원회는 지난 86년 보고서에서 군정기간 사망ㆍ실종자 수 1만2천명이라고 공식 집계한 바 있으나 인권운동가들은 희생자 수가 3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군정기간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실종자들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