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4일 '새만금 소송'에서 내린 판결로 3년여에 걸친 논란이 종식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재판부가 사실상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가장 큰 쟁점이었던 방조제 공사에 대해선 별도의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 측인 환경단체나 피고 측인 농림부 모두 모호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조만간 방조제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정부 측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간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심 판결의 의미=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기한 청구 사유 4가지 중 1가지를 받아들였다. 농림부 장관이 지난 2001년 5월24일 원고들이 낸 공유수면 매립면허 등 취소 신청에 대해 거부처분을 한 결정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공유수면 매립법상 예상치 못한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우 △애초 계획과 달리 간척지를 농지로 조성하겠다는 목적이 유지되기 힘들고 △예상과 달리 수질관리도 어려워 보이며 △정부조치 계획상 개발이 유보된 만경수역은 수질관리 비용만 들어가 경제성이 떨어지고 △갯벌 가치가 점차 커지는 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새만금 사업을 현재 방안대로 강행하면 지역주민을 포함한 국민에게 미치는 환경적·생태적·경제적 위험성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중대하고 급박해 공유수면 매립 면허 취소나 변경 등 행정권 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란 가중시킨 '정치적' 판결=재판부가 현재 미공사 구간을 2.7km 남긴 채 오는 12월 공사가 재개될 예정인 방조제 공사에 대해선 따로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방조제는 보강공사만 진행하고 있어 1심 선고와 함께 당장 방조제 공사를 중단시킬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원고 측이 승소하고도 실익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고 측은 필요할 경우 항소심에서 방조제 공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내거나 별도의 민사상 방조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어 '실익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법정 공방 재연 불가피=1심 판결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새만금 소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정치적·사회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이긴다고 해도 원고측이 상고할 것으로 보여 새만금 소송은 내용만 조금 바뀐 채 다시 재연될 수 있다. 여기에 방조제 공사에 대해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나 민사소송법상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될 경우 방조제 공사가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지 여부,원고 적격 문제 등 법리적 문제까지 개입돼 소송은 더욱 복잡하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항소심 재판부가 조정권고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이미 한 차례 조정권고안을 거부한 적이 있는 농림부가 고등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