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교류를 중단시킨 베네수엘라-콜롬비아 외교마찰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콜롬비아와는 맹방과 같이 가깝고, 베네수엘라와는 적대적 관계'인미국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네수엘라 군정종식 및 민주정부 수립 47주년 기념일인 23일(현지시간) 수도카라카스에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자 수천명이 가두행진에 나서미국과 콜롬비아에 대해 베네수엘라 주권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했다. 차베스 지지자들은 이날 "부시여, 베네수엘라는 이라크가 아니다" "콜롬비아는베네수엘라 일에 간섭하지 말라"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해 나갔다. 이날 시위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콜롬비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콜롬비아와의 모든 통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지 근 10일만에 벌어진 것이다. 이번 일은 지난달 베네수엘라에 체류 중이던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간부로드리고 그란다를 납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보안관리들을 `현상금 사냥꾼'으로 고용했다고 콜롬비아 정부가 인정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이후 콜롬비아 정부는 좌익 반군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하기 위한 `현금유인책'은 불가피하다고 자신들의 행동을 적극 옹호하며, 오히려 베네수엘라 정부가콜롬비아 좌익 반군들의 도피를 돕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특히 콜롬비아 정부는 베네수엘라 땅에서 도피처를 구한 것으로 의심되는 좌익반군 및 반군들의 임시 캠프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정보를 담은 리스트를 베네수엘라 정부에 넘김으로써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현상금 지급' 결정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절대적으로합법적이고 필요한 도구라고 밝힌 콜롬비아 정부측 성명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는 공화당 정부와 극단적으로 대립해온 차베스 대통령을 겨냥해 베네수엘라의 남미 통합 정책을 간접 비난했다. 이에 대해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테러리스트들의 도피처로 몰지 말라며이른바 콜롬비아와 결탁한 미국의 `테러 도피처' 음모설을 제기했다. 또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혁명 정부' 를 통제하지 못하자 흥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격했다. 앞서 라이스 지명자는 지난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베네수엘라가 그국경을 넘어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미국은 무관심한 상태로 있을 수 없다며 차베스대통령을 겨냥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