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토 피노체트(89) 전 칠레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1973∼90년 집권기간 자행한 살인, 납치 등 인권유린 혐의로 가택연금됐다. 이에 따라 피노체트 사법처리를 위한 공식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가택연금 명령은 살인, 납치 등 인권유린 혐의로 피노체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가택연금한다는 하급 법원 판결을 지지한 대법원 결정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실행됐다. 피노체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피노체트가 "군인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힘과 명예, 열정을 갖고" 대법원 판결문을 담은 공문서에 서명, 가택연금 명령을 공식수용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현재 수도 산티아고 서부 교외 지역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피노체트가 최근에도 갑작스런 통증으로 입원한 만큼 비상시 언제든 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허가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에 따른 가벼운 노인성 치매, 당뇨병, 관절염 등을 앓아온 피노체트는 지난달 갑작스런 통증으로 며칠간 입원했었다. 앞서 피노체트 인권유린 사건을 조사해온 후안 구스만 특별판사는 지난달 13일피노체트 전 대통령을 1970년대 좌익 반체제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이른바 `콘도르작전'과 관련한 살인과 납치 등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2001년 1월 정식 기소되고도 2002년 7월 대법원의 이른바`치매 면죄부' 판결에 따른 기소중지 결정으로 사법처리를 모면했다. 대법원의 두번째 면책특권 박탈 조치로 세번째 기소가 이뤄짐으로써 89세 고령인 그가 실형선고를 받을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피노체트는 1973년 9월11일 유혈 쿠데타를 일으켜 사회주의 성향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살해하고 집권해 1990년까지 칠레를 철권통치한 뒤 민정에 정권을 이양했다. 당시 쿠데타로 인한 폭력 사태로 약 3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