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석용 해태제과 사장 lynn@ht.co.kr >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나 고시에 합격한 사람같이 자신이 노력한 분야에서 목표를 이룬 이들이 축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노력했으나 좋은 결실을 얻지 못한 이들의 '아름다운 과정'에도 박수가 돌아가야 할 것이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인생이 선사하는 최고의 상은 가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열심히 추구해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결과에 관계없이 축복이란 이야기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가느냐가 인생에서 무엇을 얻느냐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른 마음가짐의 시작은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달려있다. 성급하게 단추를 끼워나가기보다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과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기록해 놓는 것으로 아름다운 과정을 시작하면 어떨까. 20여년 전,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피앤지(P&G) 본사에 취직하게 됐다.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영어가 아직도 커다란 문제였고,동양 사람이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인 백인들 위주의 회사에서 내가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는 여간 불확실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첩에다 적어 놓은 '나는 이런 자세로 직장생활을 할 것이다'란 약속의 글은 지난 20여년의 직장생활 중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나를 바로 잡아준 이정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돼가는 순수했던 '처음다짐'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그러한 글을 결혼하기 전날에도,딸이 태어나기 전에도 써놓았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어려운 현실에 방향을 잃고 혼돈스러울 때마다 그 순수했던 시절에 적어놓았던 다짐을 다시 보면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주위환경도 변하고 나 자신도 변하기에 현실에 타협하고자 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자신과 한 약속의 글은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고 싶은 게으른 마음이 들 때마다 나를 노려보듯 채찍질하며 나약해져가는 순수함을 일깨워주곤 한다. 돌아보건대 직장생활도,결혼생활도,또 자식을 기르는 일도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잘된 것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초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아름다운 과정'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내 인생이 내게 베푸는 최고의 상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