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공화당)의 재선이 유력시됨에따라 부시 후보의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세기간에 IT 분야가 이라크전쟁이나 경제 만큼 큰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주요선진국들이 `차세대 먹거리(성장동력)'로 간주하고 있는 두 분야에 대해 내년 1월중순 출범하는 부시 신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적자도 줄여야 하고 일자리도 늘려야 하는 미국의 IT 산업규모는 미전체 경제의 8%에 불과하지만 경제성장 측면에선 약 30%를 책임질 정도로 비중이 아주 높다. 우선 한국과 관련해서는 IT 부문의 이런 중요성을 감안, 정보통신 부문에 대한통상압력이 지금보다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와 관련,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원천기술 보유업체 미국 퀄컴의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최근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퀄컴의 CDMA 로열티 수입구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퀄컴이 보유한) 특허기술을 하나라도 사용하면 (한국업체들이) 로열티를 내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 국내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만일 제이콥스 회장이 한국 단말기업체들이 퀄컴에 대한 로열티를 문제삼을 경우 부시 행정부도 특허보호 등을 이유로 한국산 단말기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을 놓고 모토로라 등과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미국시장 진출확대 전략에는 기존의 기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가 향후 4년 재임기간에 반도체 부문과 함께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국내업체의 휴대전화 수출에 큰 영향을 줄 돌발변수를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에는 부시 행정부가 콜센터나 기술직 아웃소싱 등 IT 관련 일자리를인도·중국·필리핀과 같은 저임금 국가에 이전하는 데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취해온 점에 근거하고 있다. 부시 신행정부는 좀 미흡한 것으로 평가돼왔던 인터넷상의 사생활 보호, 스팸메일 및 스파이웨어(어떤 사용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 광고업체 등에 넘기기 위해 누군가의 컴퓨터에 비밀리에 잠입하는 프로그램) 규제,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저작권이 설정된 음악·영화·소프트웨어·온라인게임 등에대한 불법 공유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법 집행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한국의 어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의 적절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무단복제해 불특정 다수의 유료 회원들에게 제공할 경우 시장 원칙에 충실한 부시 행정부라도 정부 차원에서 더 강하게 문제삼을 수 가능성이 있다. 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의 잘못에 의한 데이터 손실, 금전적 피해 등보안위반사건에 대해서도 분명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부시는 분명히해왔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선거운동기간 IT 정책방향에서 존 케리 민주당후보에 비해분명한 정책과 노선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초고속인터넷망 전국구축을 위해 인터넷접속료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관심을 보여왔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2007년까지 초고속인터넷 접속의 대중화를 이루겠다고 공약해놓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내년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새 의회에서 인터넷접속 관련 과세금지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인터넷 부문의 활성화를 위해 법적, 제도적인 제반 장치마련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는 특히 초고속인터넷 사용과 관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기위해 전력망을 통한 초고속인터넷과 무선 초고속인터넷 개발을 적극 장려할 것으로전망된다. 의회에 대해서도 무선초고속인터넷에 필요한 주파수 확보문제와 관련한법률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부시는 신기술 및 제조기술 관련 민간부문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연구, 실험에 대한 세약공제를 영구화하는 방안도 희망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IT 전문 뉴스사이트인 씨넷뉴스닷컴(CNET news.com)은 최근 10년간기술분야 관련 주요 법안 10개를 중심으로 현직 의원들이 표결에서 취했던 입장을분석, 어느 당과 의원이 친(親)기술적인가를 점수로 매긴 결과 상원은 공화당 의원들의 점수 평균이 61점이었던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46점이었으며 하원은 공화당 의원들의 점수 평균가 68점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52점에 비해 높았다고 보도했다. 미 싱크탱크(두뇌집단) 진보자유재단(PFF)의 토머스 레너드 선임연구원 겸 부소장은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공약 등을 보면 존 케리 민주당후보는 세제혜택 등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카드를 선호한 반면 부시는 가급적 시장원칙에 맡기는, 즉 정부비개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시 신행정부는 정부 비개입 정책을 구사하되 친기술적인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을 위해 오히려 더 적극성을 띨 수도 있다. 왜냐하면 IT및 BT(생명공학기술) 관련 법을 만들고 고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권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