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의 부유층 노인과 여성들을 살해한 `희대의살인마' 유영철씨는 구치소에 수감중이던 2000년 6월 한 월간지에 실린 연쇄 살인범 정두영에 관한 글을 본 후 본격적인 연쇄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두영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 경남 지역에서 모 철강회사 회장부부 등 부유층 9명을 잇따라 살해한 연쇄 살인범으로 당시 살해 동기에 대해 "내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유씨는 검찰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집 앞에 교회가 있었고 교회 옆에는 정원이 딸린 부잣집이 있었는데 항상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동경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경제적, 가정적인 환경 등으로 심한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유씨는 결국 자신이 동경했으나 가질 수 없었던 대상인 `교회 옆 정원 딸린 부잣집'에대한 무차별적인 `복수'를 시작했다.

유씨는 출소후 개를 상대로 살인 예행 연습을 했고 범행도구로 쓰인 망치를 직접 제작한 후 한적한 오전 시간에 `교회 옆 정원이 딸린 부잣집'을 주로 찾아 돌아다니며 범행대상을 물색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작년 9월24일 신사동 명예교수 부부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유씨는 한달 간격으로4차례에 걸쳐 부유층 노인들의 집에 침입, 망치로 피해자들을 때려 무참히 살해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하순 주택가 살인사건이 특정 신발을 신은 동일범의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유씨는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부유층 살인을 중단한다.

그리고 그때 새로 사귀게 된 여자친구 김모씨에게 모든 관심을 쏟게 되며 당분간은 위조한 경찰관 신분증을 이용해 경찰관 행세를 하면서 금품을 갈취하는 등 `잠복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유씨는 금품을 갈취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들이 반항을 하면 여차없이다시 흉기를 휘둘러 살인 행각을 이어나갔다.

지난 2월6일에는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전모(24.여)씨를 상대로 경찰 행세를 하며 돈을 뺏으려다 전씨가 저항하자 전씨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4월13일에도 황학동노점상 안모(44)씨의 돈을 뺏으려다 안씨가 반항하자 살해했다.

한편 유씨는 동거녀 김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김씨에게 많은 선물과 돈을 주기도 했지만 유씨의 지나친 애정표현에 부담을 느낀 김씨는 유씨를 멀리하게 돼 두사람은 3월 갈라선 뒤 5월에는 완전히 관계를 정리한다.

결별 과정에서 김씨가 자기를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갖는 남자 정도로 취급하는등 자신을 무시하자 유씨는 자신을 버린 김씨와 닮은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새로운연쇄살인 행각을 시작하게 된다.

유씨는 김씨와 헤어진 즈음인 3월15일 자신의 집에서 권모(23.여)씨를 상대로첫 범행을 저지른 이후 체포되기 직전까지 11명의 여성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무참히 도륙했다.

처음에는 사체를 처리하는 데 3시간 이상을 들였던 유씨는 점점 살인에 익숙하게 돼 나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익힌 `기술'로 사체를 능숙히 `18등분'을 할 수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첫 범행 당시에는 1달 간격으로 이어지던 여성 토막살인은 점점 가속도가 붙어6월에 들어서면 거의 1주일 간격으로 살인 행각이 이어졌다.

검찰은 "유씨는 피해자 중 김씨와 외모가 비슷한 피해자를 특별히 잔혹하게 살해했으며 일부 피해자의 사체를 먹기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씨가 소지하고 있던 발찌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으며 유씨가 발찌 이외에도 또다른 피해자가 유씨를 만나기 위해 타고 온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 경찰에 수사지휘를 내려 유씨가 살인했다고 자백한 나머지 5명에 관한 사건을 내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