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이 현금지급기를 터는데 평균 4분밖에 안걸렸습니다."

17일 새벽에 붙잡힌 은행 현금지급기 연쇄절도 용의자 도모(25.무직.익산시 영등동)씨는 경찰에서 공범 고모(25.사망)씨와 함께 현금지급기를 터는데 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해 현금지급기 보안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도씨 등이 유리창 등을 통해 대학 구내나 은행 365코너에 침입한 뒤 CCTV 카메라를 가리는 등 사전준비 작업을 한 시간을 뺀다면 실제로 현금지급기를 털어달아나는 데는 불과 1-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즉 범행 시간이 경보벨이 울린 뒤 경비업체가 출동하는 시간(5분 가량)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에 이들이 전북과 충남 등지의 대학구내 10여곳의 현금지급기에서 6천500여만원을 털어갈 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던 것.

전북 익산의 한 사설경비업체 직원 A(34)씨는 "전문가라면 공구를 이용해 철판2-3개를 뜯어내고 현금통을 꺼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의 범행 시간 안에 경비업체에서 출동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술한 현금지급기 보안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범인들이 아예 손을대지 못하도록 현금지급기 제조 단계부터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며 은행들도 현금지급기를 튼튼한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현금지급기의 대당 가격이 1천500만-2천만원 가량으로 상당히 비싸고 은행마다 전국적으로 수백-수천 대의 현금지급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은행들이 가격부담을 감수하고 보안시스템을 강화할 지는 미지수다.

(익산=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