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파업사태가 18일만에 타결됐다.

은행권 최장기 파업사태가 해결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으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금융산업노조가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힘을 앞세운 밀어붙이기식 노동운동이 줄을 잇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한미은행 파업은 우선 뚜렷한 명분을 찾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문제다.

인수하는 씨티은행측이 고용보장을 약속했는데도 독립경영, 상호유지, 상장폐지방침 철회 등 경영권에 속한 것이 분명한 사안을 전면에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조측이 이런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한 채 협상을 타결한 것도 경영권의 고유영역을 인정한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지나친 제몫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철회할 수밖에 없는 무리한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파업을 강행한 것은 이를 이용해 실리를 취하려는 전략으로 밖에는 보기 힘들다. 경위야 어찌됐건 합병당하는 은행의 근로자들이 보로금까지 요구하며 제몫 챙기기를 해도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또 금융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 때도 그러했지만 합병이 이뤄질 때마다 파업을 벌이면서 은행 이미지와 영업기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면 누가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려 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미은행 노조원 같이 최고대우를 받고 있는 근로자들이 무리하게 파업을 벌이는 것은 중소기업 근로자 등 소외 계층의 위화감을 더욱 조장하는 부작용까지 낳게 된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일자리 부족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란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한미은행 사태가 간신히 마무리되자 이번엔 금융산업노조가 기다렸다는 듯 파업찬반투표를 통해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한미은행 파업만으로도 우리 금융산업 신뢰도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 금융노조가 한꺼번에 파업을 한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금융노조는 국가경제와 금융불안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부터 벌이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은 절대 자제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천석유화학단지 노조들과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연대가 실력행사를 예고하는 등 노동시장 전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의 집단이기주의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커녕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