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EBS) 수능강의가 사교육에 점령당했던 교육현장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지난 4월 막을 올린 EBS 수능강의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학교와 학생들의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수능강의 전용 인터넷 홈페이지(EBSi) 회원은 1백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일류 과외를 갈망해 왔던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의 학생, 학부모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EBS 방송강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명문고로 떠오른 대구 영신고 박성진 교장이 지난 11일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안병영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안 부총리는 앞으로 EBS와 수능시험의 연계 정도를 높이겠으며 향후 'e러닝(전자학습)' 관련법을 만들어 사회 전반의 'e러닝' 지원체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BS 수능강의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워낙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상황에서 '해열제'같은 대책이 필요했다. 농어촌 중소도시 등 사교육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의 학생에게 대도시 학생에게 뒤지지 않는 교육기회를 주자는 뜻도 있었다. 현재까지는 비교적 성공이라고 보고 있다. EBSi 가입자가 1백만명에 육박한다. 고교생은 대부분 듣는다고 봐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20% 정도 줄었고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농촌에서 효과가 더 크다. 수능강의의 질을 계속 높이면 이런 효과가 지속되고 사교육비가 크게 경감될 것이다." -EBS 수능강의만 봐도 수능시험을 잘 볼 수 있는가. 지난 2일 모의평가의 수능강의 반영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능강의와 수능출제를 연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교육과정평가원과 EBS,교육개발원이 공동으로 기획단계부터 협력을 한다. EBS와 수능강사가 강의 중심으로 교재를 만들고 평가원이 감수하며 교재를 감안해 출제하는 등 조직적, 과학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수능시험과 반드시 연계된다. 다만 수능강의는 기본적으로 학교 수업을 보충하는 것이다. 수능에선 수업에 충실하고 수능강의를 열심히 들으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는 것이 목표다. 모의평가때도 학교수업이나 강의에서 중시한 내용이 반영되도록 노력을 했다. 똑같은 문제를 내지는 않지만 내용으로 볼 때는 반영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EBS 강의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반응이 있다. 또 지나치게 강의수가 많고 교재 값이 부담된다는 얘기도 많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할 배경장치라든가 실제 강의현장에서 녹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준별 학습이다 보니 교재, 교과목 수는 많지만 가능하면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학생이 슬기로운 선택을 하면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교재비를 낮추기 위해 EBS와 협의하고 있다." -학교에서 수능강의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일부 교사가 반대하고 있다. "수능강의가 선생님의 역할을 대체한다고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수능강의는 학교 수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보충ㆍ보완하는 것이다. 교육부 차관이 대구 영신고에 다녀와서 수능강의에 선생님들이 자극을 받아 자기개발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수능강의의 성과가 더 컸다고 하는 말을 듣고 즐거웠다. 그런 효과가 더 확산되는 것이 바람이다." -PC가 없거나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학생들도 아직 많다. "'내셔널 미니멈'(국민 최저선)이란 개념을 설정해 모든 국민이 일정수준 이상의 교육기회 권리를 누리도록 하겠다. 가능한한 짧은 시일 내 해결하겠다. 현재 '사랑의 PC보내기 운동'같은 것을 경제계의 도움을 받아 추진할 계획이다." -문민정부 시절 장관일 때도 교육방송을 통해 사교육대책을 추진했는데 실패했다. 앞으로 e러닝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나. "그때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장관이 바뀐 뒤 빛을 잃었다. 정책을 만들 때 쓸만한 주춧돌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잘 만들면 다음에 온 분도 치우지 못하고 그 위에 쌓게 된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면 다음 장관이 이 정책을 거둬들일 이유가 없다. 특히 당시엔 일방적인 TV강의였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나 수준별 강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주무 과장 등 당시 교육방송을 경험했던 베테랑들이 일선에서 뛰고 있는 만큼 자신감이 있다." -e러닝 교육법을 만든다는데. "e러닝은 초중등 학생 뿐 아니라 대학교육, 평생학습 등 사회를 학습사회로 바꾸는 원동력이다. e러닝이 확산되면서 기업도 관련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의 잠재력 가운데 가장 빛나는 것이 IT인프라다. 이를 활용해 e러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제도적 법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e러닝 시대의 교사 역할은 어떻게 되는가. "지식의 전수자가 아닌 공부하는 방식을 가르치고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교실안에서의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교감과 감동은 살아있어야 한다. 이는 e러닝으로 안되는 것이다. 여기에 전문성이 심화돼야 교사도 살아남는다. 멀티미디어가 없으면 전달만 하겠지만 이제 전문성이 없으면 안된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짐은 많아진다. 짐을 덜기 위해 선생님 수를 늘리려고 고심하고 있다." -교사평가제를 실시한다는데 현장의 선생님들이 궁금해 한다. "교사의 질을 뛰어넘는 교육의 질은 없다. 교원 능력 개발이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이다. 교원평가 뿐 아니라 교장평가도 하고 교사양성, 연수, 승진 등을 연계해 일종의 개혁을 할 생각이다. 교원평가는 올해 안에 방안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할 생각이다." -대입제도가 자주 바뀌어 학생과 학부모가 불안해 한다.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2008년 새틀을 만들고 있다는데. "아직까지 정리된 것은 없다. 당초 대입제도에 대해 교육혁신위와 합의한 것은 수능보다 내신을 더 중시하고 다양한 경로로 대학에 가는 것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틀은 벗어나지 않겠지만 아주 새롭고 동떨어진 방안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 개방이 멀지 않았다. 경제자유구역 내의 외국인 학교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다. "경제자유구역, 특구 등은 아무래도 일반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방의 정도가 클 것이다. 대학의 경우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금보다 더 개방해야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되면서도 청년실업도 많아지고 있다. 사회적인 재교육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인데. "인적자원개발회의를 통해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이원덕 사회정책수석, 김용익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장 등과 '회귀교육'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직업세계에서 오래 일하다 능력이 부치면 안식년을 해서 다시 교육을 받고 재충전해서 다시 직업을 찾는 것에 대한 것이다.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변화로 앞으로 일생이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더 고령화되면 70살까지의 학습을 해야할 가능성도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