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경찰의 가택 급습으로 친미파로 알려진 아흐메드 찰라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 위원과 미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라크 국민회의(INC) 의장을 겸하고 있는 찰라비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헌병의 지원을 받은 경찰이 자신의 집을 "공격했다"면서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와 자신 사이에 더 이상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는 CPA가 이라크에서 미국의 가장 좋은 친구였던 자신의 집을 직접 공격한 것은 현재 CPA와 이라크 국민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IGC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긴급 대책회의를소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찰라비의 한 동료위원은 연합군이 이같은 가혹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IGC 위원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경고, 이라크의 주권이양을 불과 몇주 남겨둔 상황에서 정부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을 높였다. 찰라비의 기자회견 직후 연합군의 댄 세너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이라크의 주도하에 진행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찰라비가 오랫동안 이라크 재건을 위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다른 대변인도 연합군은 이번 공격에서 단지 지원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면서미군이 찰라비의 가택을 침입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찰라비는 이번 공격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면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이라크에 대한 지체없는 주권이양을 요구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해방시킨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있지만 이제는이라크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할 때라는 말로 이라크 주권이양의 차질없는 추진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또 임시정부 구성과 관련해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특사의 역할에 대해 자신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하고 이번 공격을 주도한바그다드 경찰서장도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출신으로 진작에 해고됐어야 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미군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경찰은 바그다드 만수르 지역에 있는 찰라비 위원의 집과 INC 사무실을 급습, 각종 문서와 컴퓨터 등을 압류하고 일부 인사들을 체포했다. INC 사무실을 방문했던 기자들은 대리석 바닥에 서류가 마구 흩어진 채 가구는넘어져 있었으며 케이블도 잘려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찰라비의 가택은 미군에 의해 봉쇄된 상태에서 접근이 차단하고 있으나 미군이 찰라비의 집에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미군 관계자가 전했다. 미 관리들은 찰라비가 사담 후세인 정권시절에 이뤄진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 실시 도중 수백만 달러를 유용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찰라비 위원의 측근인 하이다르 무사위는 찰라비 위원이 이라크 주권 이양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것을 제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INC의 다른 간부들의 집도 급습을 당했다고 전했다. 찰라비는 한때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대신할만 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미국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로 미국은 그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후세인이대량살상무기를 축적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는 그러나 상당한 은행자산을 축적해 요르단의 궐석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이 자신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자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은 현재 찰라비가 이라크전 개시 이전에 그릇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며,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19일 INC에 매달지급하던 34만달러의 송금을 중단했고 다른 정보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AP.AFP=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