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는 유지ㆍ관리로 국한해야 한다"는 강금실 법무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고건 대행은 노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정의 유지ㆍ관리에 가능한 한정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제한론과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수 있다'는 해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논란의 발단 =강 장관은 지난 15일 오전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범위와 관련, "통상적인 업무만 수행해야 한다는게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또 "개각이나 중요 인사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한 이 발언에 대해 야당에선 고 총리에 대한 '견제성 발언'이자, '노심(盧心)'을 반영한 변론으로 규정한 것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고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강 장관을 겨냥해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경고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 "직무한계 인정해야" =법조계와 학계의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범위에 대해 법적으로는 구체적 규정이 없지만 권한대행은 길어야 8개월 정도 대통령 대행직을 수행하는데, 그 기간에 국가적인 장기과제를 입안하거나 기존과제를 변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다만 상황에 따라 미룰 수 없는 사안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맡아야 겠지만 그 외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권한대행이 유지ㆍ관리 업무만 맡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지봉 건국대 교수는 대통령의 직무복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탄핵정국과 같은 '돌발사고'로 발생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직무복귀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권한대행자가 행사하는 권한은 제한된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라고 지적했다. 김갑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도 "탄핵가결에 의한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서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는 대통령의 직무복귀가 불가능한 '궐위'시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며 현실적 직무한계쪽에 비중을 뒀다. ◆ "범위제한 없다" =이에 반해 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2000년 6월 서울대 법학연구소가 발간하는 '법학'지에 실은 '대통령 권한의 대행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이 사고로 인해 직무수행을 할 수 없는 경우 권한대행자의 직무는 현상유지에 국한되며 정책전환, 인사이동 등은 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지만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현상유지만으로 국정운영이 어려운 경우 권한대행자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