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규탄 촛불시위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특히 허성관(許成寬) 행자장관이 문화.종교.체육행사의 경우 집회신고 의무가없다고 언급한데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직분을 망각한 행위"라면서 국회 행정자치위 소집 및 허 장관에 대한 문책론까지 거론하는 등 격앙했다. 반면 탄핵안 처리를 `의회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전면적인 대야투쟁을 선언한열린우리당의 경우 시위의 취지에는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장외투쟁을 지지할 수없는 상황이어서 곤혹스런 가운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한나라당 =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경찰 당국이 야간 촛불시위가 불법이라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허 장관은 거기에 어린이들이 나와 있으니 문화축제 형식으로 하면 재고해 볼 수 있다고 자기 멋대로의 법해석을 했다"며 "이는 망발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관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품격을 위해서 정부 각료들은깊이 생각하고 행동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은진수(殷辰洙) 수석부대변인은 "불법 촛불시위 주동자들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문화행사 형태로 전환하겠다고 꼼수를 쓰는 모양인데, 이는 남자가 치마를 입고 여자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찰은 국가적 혼란과 불안을 부추기는 불법 촛불시위를 법에 따라 엄중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불법시위를 막아야 할 주무장관이 문화행사 운운하며 시위허용 입장을 밝힌 것은 직분을 망각한 행위"라고 했고, 조해진(曺海珍) 부대변인은 "경찰은 인터넷을 이용해 불법시위를 주동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즉각 의법조치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 허 장관이 촛불시위가 문화행사로 치러질 경우 허용하겠다는 입장을밝힌 것에 대해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에 이은 제2의 '노빠장관'의 등장"이라며허 장관의 문책까지 거론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허 장관의 발언 경위를 추궁하기 위해 행자위 소집을 추진하기로 하는한편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 건(高 建) 총리에게 강 장관과 허 장관의 문책을 요구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장전형(張全亨) 수석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경찰을 지휘하는 감독기관의수장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며 "허 장관은 누구의 지시에서, 누구와의 교감에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대변인은 이어 "향후 있을지도 모를 '친노(親盧)'와 '반노(反盧)'의 대립으로 인해 불상사가 생긴다면 허 장관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촛불시위에 조직적으로 참가하지 않는다는 당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평화적 시위와 이에 대한 시민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분노할 때 분노하지 않으면 나라의 발전이 없지만 그 방식은 국민이 우려하는 식으로 돼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우리당의 신중론은 물론 촛불시위를 빌미로 한 야권의 반격을 의식한 결과다. 이와 관련, 이평수(李枰秀) 수석부대변인은 "야당이 당국의 말꼬리를 잡고 공세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정략적이며 선거연기와 개헌설 등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 불길한 조짐이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김재현 황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