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철통 경비 속에 치러진 이색 결혼식' 15일 오후 1시10분께 서울 도봉구 쌍문동 덕성여대 학생회관 대강당에서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 윤기진(29)씨와 이 단체 대변인 황선(30.여)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윤씨는 지난 99년 7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을 지낸 뒤 6년째 수배 중인 상태. 황씨도 98년 한총련 대표로 밀입북했다가 수감 생활을 한 뒤 지난해 범청학련통일선봉대 총대장을 지내며 벌인 각종 활동으로 경찰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결혼식을 앞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식을 안정적으로 치를수 있도록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결혼식이 진행되는 학교 안으로 진입하지는 않겠지만 학교 밖을 지키고있다가 법대로 집행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이날 학교 주변에 전.의경 3개중대를 대기시켜놓은 상태였다. 학생활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는 두 사람은 3년간의 연애 끝에 지난해 11월`연인관계'임을 공식 선언하고 이날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결혼식이 끝나기만 하면 경찰에 잡혀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열린 결혼식 분위기는 활기찬 모습이면서도 한 편으론 비장했다. 윤씨는 결혼식에서 '다짐글'을 낭독하던 중 "부모님의 관심과 지난날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며 1분 가량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신부 황씨는 비교적 생기가 넘쳤다. 황씨는 분홍색 꽃무늬가 들어간흰 한복 차림으로 신부대기실에서 기자를 만나 "아무도 제가 웨딩드레스를 입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던 걸요"이라며 "결혼 전까지 남편이 수배를 받는 상황이라서 고심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줄 알면서도 각오를 새롭게 하기로 했다"고말했다. 결혼식에는 주례를 맡은 통일연대 한상열 목사를 비롯해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과 한총련, 통일문예선봉대 등 사회.학생.종교단체 인사 등 650여 명의 하객이참석한 가운데 밝은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덕성여대생 등 대학생들이 식전 행사로 축하 공연을 마련했고 노래패 '우리 나라'는 '처음의 마음'이라는 축가를 불렀다. 식이 끝난 뒤 학생회관 2층 교수휴게실에서 폐백을 드린 새내기 부부는 덕성여대에서 수유역까지 승용차를 타고 퍼레이드를 벌인 뒤 신혼여행 대신 독도 등을 돌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