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 전용부두. 부두에 정박된 자동차 운반선 크리스탈레이호에 독일 프랑스 영국으로 수출될 싼타페가 잇따라 선적되고 있다. 5만t급인 이 배는 길이 2백m,높이 35m로 약 6천대의 자동차를 실을 수 있다. 배에 올라서니 영국으로 나갈 라비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자동차마다 'Made in Korea'와 목적지가 적힌 명세표가 붙어 있다. 12층으로 설계된 이 배에 목적지별 주문 수량에 따라 자동차를 싣는데는 사흘이 걸린다. 이날만 모두 2천6백20대의 자동차가 선박에 실렸다. 이 가운데 독일로 향하는 싼타페 1대가 올해 1백만대째 수출되는 '영광'의 자동차. 꽃과 오색 끈으로 장식된 '수출 1백만호'가 크리스탈레이호에 올라서자 도열해 있던 박황호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현대자동차가 한 해 1백만대 이상을 수출하기는 이번이 처음.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1백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76년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 수출에 나선 지 꼭 27년만의 일이다. "이렇게 공장을 돌리고 하루 2천6백대의 자동차를 선적해대는 데도 아직까지 밀려 있는 수출주문이 3만대를 넘습니다." 박 사장의 즐거운 비명이다. 현대차는 밀려드는 수출 주문을 제때 소화해내기 위해 울산공장은 3만8천여명의 근로자들이 하루 2교대로 풀가동하고 있다. "연간 수출 1백만대 및 1백억달러 달성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무엇보다 자동차 수출은 자립기반이 탄탄해 외화가득률이 타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지요."(박 사장) 현대차의 올해 무역흑자 규모는 약 83억달러. 우리나라 전체 예상 무역흑자 1백50억달러의 56%를 차지한다. 쉽게 말해 무역흑자의 절반 이상을 현대차가 이뤄냈다는 얘기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고용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전천수 공장장(사장)은 "현대차는 2천여개의 협력업체를 포함해 직간접 고용효과가 1백만명에 달한다"며 "내수 부진 속에서도 수출의 비약적 증대는 그만큼 고용의 안정에 기여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수출 증가는 주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올해 전체적으로 1%가량 감소한데 반해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4.5% 증가한 36만5천대(11월말 기준)를 팔았다. 기술개발을 통한 자동차 품질개선과 현지 밀착형 해외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규모뿐 아니라 내용도 만족스럽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당 수출가격이 1만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소형차보다는 중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톱 5'로 올라선다는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 사장은 미국 중국 유럽 등 권역별로 생산 및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해 2010년까지 국내 3백만대,해외 2백만대 등 연간 5백만대의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다시 한 번 신나게 설명했다. 울산=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