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재규야, 우릴 구하려다 끝내사지로...", "끝까지 남극에 남아 성공적으로 일을 마쳐 당신의 희생을 기리겠습니다." 조난사고를 당한지 68시간만인 9일 오후 1시 20분께(이하 현지 시간) 세종기지로 귀환한 강천윤(39) 부대장 등 세종2호 대원 3명은 세종기지에 내리지마자 주저앉아 오열했다. 칠레 공군 헬기를 타고 오며 내내 침묵을 지켰던 이들은 세종기지에 마중나온 윤호일(43) 대장 등 대원들을 보는 순간 얼싸안은채 생환의 기쁨은 커녕 숨진 전 대원 이름을 외치며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강 부대장 일행은 건강 상태를 염려한 칠레 공군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세종기지로 귀환하기 직전에야 "전재규(27) 대원이 강 부대장 일행을 구하려다 조난당해 숨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강 부대장 일행 귀환에는 윤 대장과 월동.하계대원 등 한국인 30여명, 외국인기술자, 아르헨티나 위문단 5명 등 세종기지에 있던 50명 전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슬픈 귀환식을 마친 뒤 곧바로 세종기지 본관에 마련된 빈소로 들어가무릎을 꿇은채 전 대원의 영정을 부여잡고 또한번 울음바다를 이뤘다. 강 부대장 일행은 주변 권고에도 불구하고 점심 식사도 거른채 3시간 가량 빈소에 머물며 윤 대장 등 기지 대원들과 사고 당시 상황과 구조반 세종1호의 조난 소식,전 대원의 죽음 등을 상세히 전해 들었다. 강 부대장 일행과 먼저 세종기지로 귀환한 세종1호 생존자 김홍귀(31)씨 등 생환 대원 7명은 이 자리에서 '남극에 끝까지 남아 연구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짐했다. 하계 대원 최문영(45) 박사는 연합뉴스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세종기지는 이날 하루종일 울음바다였다"며 "모든 대원이 힘을 합쳐 과업을 완성하는 것이 전 대원의 죽음을 값지게 하는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세종기지는 이날 하루를 전재규 대원 추모의 날로 정하고 전 대원의 장례가 끝날때까지 빈소를 유지시키기로 하고 업무를 일절 중단한채 전 대원의 넋을 위로했다. 세종기지 대원들은 이날 오후 5시께 전 대원 유해가 칠레기지를 출발하는 순간 칠레기지 쪽을 향해 묵념하며 함께 하지 못한 죄스러움을 달래기도 했다. 한편 전 대원 영정은 사고 발생 2∼3일 전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거대한 빙산이 몰려오는 장관이 연출되면서 모든 대원이 개인, 단체 사진을 촬영했는데 이때 찍은사진이 쓰인 것으로 밝혀져 더욱 안타깝게 했다. (안산=연합뉴스) 김정섭.신기원 기자 kimsup@yna.co.kr lalal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