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은 내년에 양적 성장 대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보수적 경영전략을 펼 전망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내년에도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내실위주의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우리은행은 경기가 내년 중 회복된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운 만큼 위험관리에 주력하면서 자산증가율을 6%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대출은 대기업 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대출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며 가계대출은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B(프라이빗 뱅킹) 영업부문 외에는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늘렸지만 이마저도 경기침체 가속화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공격적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대출영업은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역시 내년 경제를 자신할 수 없다며 여신관리에 주력하는 '수익성 위주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금이든 대출이든 수익성이 낮은 자산은 해당 고객을 잃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히 정리할 계획"이라며 "올해 10조원가량 늘어난 자산도 내년에는 한자리 수 이내 증가율로 묶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총자산 증가율을 1% 이내로 묶는 등 감축경영을 해온만큼 내년에는 다른 은행들보다는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총자산증가율은 12% 안팎으로 잡았으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 초에는 총자산 1백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또 서울은행 합병으로 인한 법인세 절감효과를 고려, 내년 당기순이익을 최대한 많이 낸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적어도 1조원 이상을 남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너나없이 보수적 경영전략을 채택함에 따라 내년 은행 대출시장은 신규고객 창출보다는 다른 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우량고객들을 뺏어오는 싸움이 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