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출지원제도를 악용, 쓰레기나 빈상자를 수출하거나 수출가를 3배 이상 부풀리는 방법으로 모두 5천만달러(한화 594억원상당)의 수출보험기금을 가로채온 수출사기범 22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외사부(민유태 부장검사)는 수출사기에 연루된 22개 업체를 적발, 이중 전 수출보험공사 단기사업 3팀장 김모(44)씨 등 수출보험공사 간부 2명을 포함한10명을 사기와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미국으로 달아난 이모(42)씨 형제 등 7명을 지명수배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수배된 이씨 형제는 지난해 5월께 실제 존재하지 않는 필리핀 회사와 허위 수출계약을 체결한 뒤 수출보험공사 부산지사로부터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환어음 매각을 통해 50만달러를 편취하는 등 모두 47차례에 걸쳐 2천91만달러(한화 248억원)를 가로챈 혐의다. 이 과정에서 수출보험공사 부산지사장 정모(51)씨와 과장 전모(35)씨는 수출계약이 성립됐는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3개 업체에 대해 33장의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해 수출보험공사에 188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전 과장은 특히 불법 수출업체에 자신의 부인을 감사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또 외국수입상과 허위 수출계약을 맺고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저질불량품을 수출하는 방법으로 12억원의 수출보험기금을 편취한 3개 수출사기단을적발했다. 이중 수출보험공사 팀장 김모(42)씨는 수출신용보증서를 부정 발급해주고 불법수출 방안을 기획하는 등 수출사기조직에 주도적으로 가담, 수출대금 2억6천만원중1억3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달아난 무역업자 문모(44)씨는 지난해 5월 중국 수입상과 섬유원단 수출계약을맺고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빈상자와 쓰레기를 선적해 수출하기도 했다. 함께 구속기소된 안모(50)씨는 수출보험공사로부터 5억3천만원의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지난해 8월께 브라질 수입업체와 짜고 1억800만원에 불과한 수출품 가격을 3억9천만원으로 3.6배 상향조정해 기금을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결과 이들 수출사기조직은 국내 부실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뒤 이른바`바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바지사장이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에는 수출보험기금의 회수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출사고로 인한 수출보험공사의 지출액은 한해 평균 3천억원 상당에 이르지만 회수율은 20%에 불과한 현실이다. 민유태 부장검사는 "불법수출 대부분이 신용장 방식(L/C)이 아닌 대금지불을 수입사의 자력에 의존하게 되는 외상거래방식(D/A)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수출자.수입자에 대한 신용평가가 형식적인 서류심사로만 이뤄지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