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에 80억달러 상당의 계약을 수주한 미국 기업체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 운동에 주요한 기부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기업의 임원들이 정계와 군부에 중요한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같은 사실은 워싱턴에 본부를 둔 조사기관인 '공공 청렴을 위한 센터(the Center for Public Integrity)'가 3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 센터는 언론인과 전문연구원들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으며 정부의 윤리와 특수 이해관계에 관한 탐사 논문을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을 수주한 70개 이상의 기업체와 개인이 지난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부시 후보에게 50만달러 이상을 헌금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액수는 이들이 여타 정치인들에게 과거 12년간 헌금한 액수의 총액을 능가하는 규모다. 보고서는 또 사업 규모면에서 10위안에 드는 계약건의 대부분이 전직 고위 정부관리를 고용한 기업체나 의회의원들, 심지어 발주기관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임원을고용한 기업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 계약의 대부분이 부시 행정부에 의해 수의계약으로 발주됐는데, 이에 대해 발주기관측은 두 나라의 긴급한 사정 때문에 경쟁입찰을 실시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센터의 찰스 루이스 소장은 "계약과정을 감독한 기관이 한 군데도 없었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계약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낭비와 사기, 정실주의 등에좌우되기 쉬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재건사업 수주액 1위를 차지한 업체는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KBR사로 미군 지원과 이라크 석유사업 복구 등에 총 23억달러 상당의 계약을 따냈다. 핼리버튼은 딕 체니 부통령이 2000년 대선 이전까지 대표를 지낸 기업이다. 2위 업체인 벡텔은 이라크의 전기.수도와 통신.철로, 항만, 학교, 위생시설, 교량, 도로 공항 등의 건설사업에 총 10억달러의 계약을 따냈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벡텔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으며, 라일리 벡텔회장은 올해초 부시 대통령의 무역개선 프로그램에 대한 자문역으로 임명된 바 있다. 보고서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재건공사를 수주한 14개 업체가 지난 1990년 이후 2천300만달러 이상의 정치헌금을 냈으며, 상위 10개 업체가 1천100만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공사를 따낸 업체들이 1990년 이후 공화당에 1천270만달러를 기부한 반면 민주당에는 710만달러를 헌금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