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지위 반란'(Status Revolt)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능력 유무를 떠나서 나타나는 `서열 파괴'를 말한다" 보수 논객으로 유명한 원로 사회학자인 송복(66) 연세대 명예교수는 17일 오후연세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명예교수의 날' 행사에서 동료 명예교수와 후배 교수 등을 상대로 `지위 반란'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면서 현 한국사회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송 교수는 "요즘 우리 나라에서는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또는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무조건 떠날 것을 요구하는 풍조가 일고 있다. 경륜이나 능력을 무시한채 높은 지위에 앉아보지 못한 사람과 미숙한 젊은 사람들을 위해 고위직을 내쫓는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은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지 `이념형 인간'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는 현재 단순한 `새 사람'(new man)과 참신성과 능력을 갖춘`신선한 사람'(fresh man)을 구별하지 못한 채 단지 뉴 맨이라고 하면 프레시 맨이라고 생각하고 자리에 앉힌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또 "김대중 정부 때는 `지위 교란'(Status Disorder) 현상이 팽배했다. 이 때는 나이의 적고 많음을 떠나 얼마나 충성했나, 고생했나에 따라 지위를 결정했다. 개혁과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지위를 교란시켰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 처럼 `지위 반란' 현상이 나타난 원인으로 사회적 이유와 정치적이유를 꼽았다. 그는 "사회적으론 신분상승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이 같은 `지위 반란'이그 탈출구로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통계청 조사 결과 88년엔 `다음 세대에서 내 신분이 상승이동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이 75%, `내 세대에서 신분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이68%였는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거치고 난 99년엔 각각 28%, 30%로 떨어졌다는 것. 송 교수는 "상승 이동의 기회가 무너진 상태에서 나이 많은 사람을 쫓아내야 내 기회가 생긴다는 기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또 정치적 원인으로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을 꼽았다. 포퓰리즘이팽배하면서 대중 지향적, 감성적, 인치 지향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코드만 찾는 인치지향 때문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문제가 있었는데도 계속 기용하는 것이며,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고 있다. 또 두산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조흥은행, 화물연대 사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보다는 '떼를 쓰면 된다'는 사고가 팽배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