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평형 의무건설 비율 확대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등의 조치로 서울 강남지역이 `그들만의 특구'가 아닌 `평범한 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예정이어서 강남 대체지로 판교신도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강남 집값이 폭등, 고급주택에 대한 공급확대를 요구하는 지적일때마다 판교신도시 개발과 관련, "당장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를 개발할 계획은 없으며 판교의 교육여건과 자족기능을 높여 강남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강남 재건축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뒤 재경부가 판교에 중대형 평형 가구수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건교부도 "전용면적 40.8평 이상 대형 평형이 너무 적다는데 공감한다"는 입장이어서 판교 신도시의 개발방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판교에 신도시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환경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자 `초저밀도'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집값 폭등 등을 이유로 슬그머니 주택수를 1만가구 확대하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증가분 가운데 60%가 국민임대라는 점을 강조하더니 다시 대형 평형을 늘리겠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특히 강남 교육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종래 신도시에 없던 학원집적단지를 교통중심지에 별도로 1만평 조성, 강남 등의 유명학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혀 정부가 앞장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판교신도시 가구수 `고무줄' = 건교부가 10여년간 지자체나 환경단체 등과 줄다리기한 끝에 판교에 신도시를 개발하기로 확정한 시점은 2001년 9월로, 280만평의 부지에 단독 3천600가구, 연립 2천300가구, 아파트 1만3천800가구 등 1만9천700가구를 짓고 벤처단지 20만평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환경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인구밀도를 ㏊당 64명으로 분당(198명), 과천(274명), 평촌(329명)보다 훨씬 낮추는 한편 아파트도 전용면적 18평 이하 임대주택5천가구를 포함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평형을 1만2천300가구 배치하고 최고층도 10층으로 제한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전국 집값이 급등하자 건교부는 강남 대체 신도시 2-3곳 개발 방침과 함께 판교에 5천가구 정도를 더 지어 개발밀도를 약간 높이고 입주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어 지난 8월 당정협의에서 1만가구 추가 건설 방침이 확정됐다. 국토연구원이 1만가구를 늘린다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유형별 주택 배치 계획은 아파트가 2만6천400가구로 국민임대 6천가구를 포함, 소형(18평 이하) 9천500가구, 중.소형(18-25.7평) 1만100가구, 중.대형(25.7-40.8평) 5천800가구, 대형(40.8평 이상) 1천가구 등이며 나머지 3천300가구는 단독주택. 25.7평을 초과하는 중.대형 평형이 당초 1천500가구에서 6천800가구로 5천300가구 늘었고 국민임대 건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공택지에 국민임대용지 30%를 의무배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소형 대부분을 국민임대로 채우기로 한 것. 100% 이하로 묶기로 했던 용적률도 최고 180%로 높아졌다. 건교부는 중.대형 평형 비율이 낮아 강남 수요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에 대해 "강남 수요가 모두 중.대형은 아니며 강남 아파트 값도 소형이 이끌었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재경부 쪽에서 판교의 대형 평형을 늘리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건교부는 "40.8평이상 대형 평형이 1천가구로 부족하다는데 공감한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판교, `부자.교육 특구(?)' = 건교부가 재건축 아파트의 중.소형 평형 비율을 높여 서울 강남.서초구 아파트의 대형 평형화를 막았듯 판교를 `한국의 베벌리힐즈'로 만드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서종대 신도시기획단장은 "정부가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계층.평형간 조화를 이루도록 해 사회적인 혼합(Social Mix)을 꾀해야지 특정 계층을 위한 도시를 만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 단장은 "판교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를 비롯해 고소득층을 위한 대형아파트나 단독주택까지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골고루 분포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교부 택지개발 지침에도 아파트용지 공급 비율을 소형(18평 이하) 30% 이상, 중형(18-25.7평) 30% 이상, 대형(25.7평 초과) 40% 미만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서 단장은 그러나 "40.8평을 초과하는 대형 평형이 1천가구로 너무 적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고 말해 25.7평을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평수의 비율은 좀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용면적 25.7평이 분양 때는 32-38평형으로 작은 면적이 아니고 40.8평은 60평형 안팎에 달하는데다 서울 동시분양에서도 대형 평형 미달이 속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기초 수요조사나 국민 공감대 형성 없이 앞장서 `특정지역의 특구화'를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판교의 교육여건을 갖춰주기 위해 인구에 따른 공립학교 정수(초5.중5.고6) 외에 특목고(외국어고) 1개, 특성화고 1개와 자립형 사립초.중.고교를 1개씩 유치하는 동시에 종전 신도시에는 없던 학원집적단지를 교통중심지에 1만평 안팎 조성, 강남 등지의 유명학원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사교육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는 "전철역 인근지역에 학원단지를 배정하고 대학입시 및 어학원 등 서울의 유명학원 분원과 비교적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학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판교 외에 김포, 파주, 아산, 화성동탄 등에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서울 강북 등 기존 도시를 함께 발전시켜야 할 건교부가 특정 신도시에 우수고교유치는 물론 학원단지 조성까지 약속하는 것은 하석상대(下石上臺)일 뿐 아니라 강남 재건축시장 안정대책과 비교해도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