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사상 처음으로 13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관과의 대화'에서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모여든 고.지법 부장판사와 소장판사들이 법원 개혁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오후 토론회가 열린 대법원 4층 401호 회의실에는 회의 시작 30분전인 오후 2시30분부터 속속 판사들이 모여들었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급하게 참석자로 선발됐다는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달려온 탓인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기도 했다. 판사들은 사법 사상 초유의 내분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우려, 지혜롭게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인지 표정에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이강국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A4 2장 분량의 인사말을 통해 "저는 오늘 말할 수 없이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법원을 사랑하는 법원가족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물의를 일으키고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스럽고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특히 "오늘 이 자리는 제가 법관 여러분을 설득하려는 자리가 아니며 또한 현 사태를 호도하거나 미봉하려는 자리는 더더구나 아닙니다"라고 강조하면서 허심탄회한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이 처장은 장내 분위기가 너무 숙연하다고 느꼈는지 대화가 시작되기에 앞서 격의없는 토론을 하자는 취지에서 양복 상의를 벗자고 제안하면서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했다. 당초 전국 각급 법원별로 선발된 7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워낙 긴급하게 공고가 이뤄진데다 재판 준비 등 각종 사정으로 불참한 14명을 제외하고 모두 56명이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는 대법관 제청파문과 관련, 중견 부장판사들의 움직임을 주도했던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표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대화에 참석, 촬영기자들의 플래시를 한몸에 받았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화는 대법원의 미봉책에 불과하며 대법원장이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사퇴하겠다"는 강경한 의사를 밝혔던 문 부장판사는 취재진으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결연한 표정으로 말없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소장판사들의 연판장 사태를 촉발시켰던 서울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도 이날 개인 자격으로 대화에 참석했으며, 서명에 동참했던 몇몇 판사들도 눈에 띄어 이날 대화에서 상당히 격론이 오갈 것임을 사전에 예고했다. 이날 대화에는 당초 전국 각급 법원별로 선발된 7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워낙 긴급하게 공고가 이뤄진데다 재판 준비 등 사정으로 불참한 14명을 제외하고 모두 56명만이 자리를 함께 했다. 법원행정처는 앞서 이날 낮 12시30분 긴급 공고를 통해 `전국 판사와의 대화'행사를 고지하면서 설문 조사가 법원내 편가르기나 또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며언론기관 등에서 실시하는 설문 조사에 응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또 법원행정처측은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실 문틈에 귀를 대고 토론 내용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접근까지 철저히 차단하는 등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한편 대법원은 최근 전국 법관 150명을 대상으로 `제청 파문'과 관련한 찬반 설문 조사를 실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류지복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