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선과 관련해 사법파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는 시대흐름을 반영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견해와 사법부의 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거의 대등한 지지를 얻고 있는 분위기다. 14일 재야 법조계와 검찰은 대체로 소장판사들이 연판장을 통해 보여준 사법부개혁의 열망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현행 대법원 시스템에 따른 현실을 무시할 수는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찬운 변호사는 "우리 대법원의 위상과 기능이 미국 등 서구와는 본질적으로달라 현실적으로 많은 사건을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춘 인사를 필요로 한다"며 "대법원이 소수의 사건만 다루면서 사회 흐름과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다양한 인적구성이 진정으로 필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대법원 구성도, 제도를 만드는 일도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니 새로운 대법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대법원 인적구성에 변화를 줄 필요가있다"고 말했다. 또 김주덕 변호사는 "대법원이 시대 변화의 흐름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소장 판사들과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사법부의 권위가 떨어지면 사회 가치관에 큰 혼란이 야기되는 만큼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인대법관 제청권에 너무 빠르게 압박을 가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대법관 인사제도의 개혁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위계질서가 무너져 법관들이 직업적 안정성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도 큰 문제"라며 "대통령이 대법관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그것은 대법원장에게 인사제청권을 준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의 한 고검 검사는 "이번 판사들의 집단행동 조짐에 대해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대법관 임기가 6년이어서 사법부 고위직의 인사적체가 심화되는데 대해많은 판사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게 주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개혁 목소리에 공감을 표했다. 한편 사태의 당사자격인 법원 내부에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그동안 수십년간 유지된 법관인사제도를 단번에 고치라는 것은 법원 내부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법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법원에 요구하는 것 같다. 일부의 목소리가 법관 전부인 것처럼 취급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후보 중에 한 명이라도 시민단체 등이언급한 인사를 포함시켰더라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법원이 외부의 요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