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 부회장이 주5일제와 관련, 정부안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최근 주5일제가 노사간 임단협 쟁점이 되면서 노동계측 주장에 근접한 노사간 합의안이 사업장별로 급격히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재계가 주장해온 주5일제 방안은 커녕 재계가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비판해온 정부안조차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자 차라리 정부안을수용하는 쪽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 부회장은 "정부안도 문제가 많아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현재의 노사현실을 감안하면 일단 정부안이라도 빨리 정착되는 게 필요하다"며 "더 이상 주5일제가 노사분규의 쟁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지금까지 정부안의 비현실적 부분들을 비판해 왔지만 금속노조가 산별교섭을 통해 임금삭감없는 주 40시간 근무제에 합의하는 등 현장에서 노동계안이 확산되고 있어 곤혹스럽다"며 "정부안이라도 수용하자는 의견이 실무선에서는 대세인 것 같다"고 말해 전경련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정부안과 재계안 어떻게 다른가 = 주5일제에 대한 정부안은 재계와 노동계안을 절반씩 수용하거나 계량적으로 타협안을 제시한 수준으로 지금까지 재계와 노동계 양측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보여왔다. 주5일제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의 가장 핵심적인 이견은 임금보전 부분. 노동계는 현행 44시간인 주단위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되 연월차수당 등기존에 받아온 모든 임금과 수당을 삭감없이 그대로 받는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월차수당을 없애고 연차수당과 생리휴가수당도 국제기준에 맞추자고 주장해왔다. 이에대해 정부는 법안에서 '법 시행으로 인해 기존 임금수준과 시간당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고만 규정, 노동계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또 주5일제의 전면실시 시기도 노동계는 법개정후 7개월내 전면 실시를 주장해온 반면 재계는 2005년부터 시작해 2012년까지 단계적 실시를 주장해 왔는데 정부안은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2007년 7월까지 단계적 실시를 명문화해 놓았다. 생리휴가와 연월차휴가도 노동계는 기존 일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통합해서 15-25일, 재계는 15-22일을 고집해왔다. 이밖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휴가사용 촉진방안, 선택적 보상휴가제, 연장근로상한선과 할증률 등에서 정부는 노동계와 재계 주장의 중간적 위치에서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향후 전망 = 정부안대로 주5일제가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두가지 난제가 있다. 주5일제로 경영에 가장 큰 애로를 겪을 중소기업 등 재계 일부가 전경련의 방침에 수용할지 여부와 노동계의 반발이다. 전경련의 정부안 수용 방침에 대해 경총이나 대한상공회의소측은 대체로 '어쩔수 없는 선택'임을 인정하고 찬성하고 있는데 비해 기협중앙회측은 "정부안 수용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경영계 의사를 반영할 의사소통 창구마련을 요구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노동계가 주5일제 법안과 관련해 파업을 조건으로 내걸고있어 중소기업에게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전경련의 입장 선회가 파업 등 노사분규와 더 이상의 불리함을 막아보자는 취지라는 건 이해하지만 고육지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일수록 주5일제 도입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중앙회 차원에서 정부안을 수용할 것인가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입법에 있어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의사소통 창구가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들이 정부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주5일제는 노동계 반발이라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만일 여야가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23일에 1차 총파업,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31일에는 2차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파란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