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18일 현대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압력혐의(직권남용)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준비명목으로 현대측에 1백50억원을 먼저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관련기사 A6면 특검팀은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박 전 장관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친구인 사업가 김모씨를 통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게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 명목으로 1백5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정 회장과 이 전 회장 등의 조사와 계좌추적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 회장은 17일 밤 박 전 장관과 대질조사에서 "정 회장의 지시로 박 전 장관을 만나 1백50억원을 양도성예금증서로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밝힌 것처럼 비자금이 박 전 장관에게 흘러들어갔을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전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의 주장처럼 이 전 회장이 친구인 김씨와 공모해 이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장관의 뇌물수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권 수사와 함께 정상회담의 순수성도 상당히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정치자금을 통해 성사됐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