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 두마(하원)는 14일 공격용 핵무기를 향후 10년 동안 기존의 3분의 1로 대폭 줄이는 내용으로 미국과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을 비준했다. 국가 두마는 표결에서 러-미 군축 협정을 찬성 294 대 반대 134, 기권 0으로 의결했다. 러-미 군축 협정은 이에 따라 앞으로 러시아 연방회의(상원) 비준과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 공식 발효한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앞서 지난 2월 이 협정에 대한 비준 절차를 마무리했다. 국가 두마는 당초 지난 3월 21일 이 협정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의 이라크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비준 일정을 약 2개월간 미뤄 왔다. 그러나 이날 협정 비준은 특히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맞춰 이뤄져 이라크전 등을 둘러싼 러-미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러시아의 화해의 손짓으로 풀이된다. 파월 장관은 ▲이라크 무기 사찰 등 전후 처리 ▲인도-파키스탄 분쟁 중재 ▲이달 말 열리는 러-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스크바를방문 중이다. 13일 밤 모스크바에 도착해 이날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파월 장관은 15일 러시아를 떠난다. 파월 장관은 이날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도 만난다. 푸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현재 6천기 수준인 양국 핵탄두 수를 2012년 까지 1천700-2천200기 선으로 크게 줄이기로 합의했다. 한편 국가 두마는 이날 협정 비준의 전제 조건으로 ▲협정 발표 3개월 내 핵전력 보강 계획 의회 통보 ▲러-미 양국의 협정 이행 및 우주 무기 배치 실태 의회 보고 ▲차후 핵전력 강화 및 핵무기 폐기-활용을 위한 예산 배정시 의회 참여 보장 ▲국가 방위법 제정시 의회 참여 의무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또 ▲상대국의 현격한 협정 위반 ▲러시아 전략 핵 전력을 현저히 떨어트릴 수있는 정도의 미사일 방어망 제3국 확대 ▲제3의 국가 또는 집단이 전략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무기 보유 결의를 채택하는 경우에는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밖에 국가 두마는 `러시아 핵전력 확충 및 전투 준비태세 유지'와 `핵전력 감축에 대한 의회 입장과 국가 기관간 기능 조정' 등에 관한 2개의 별도 결의안을 채택해 군축 협정 발효 뒤에도 국가 안보를 위한 충분한 전력을 보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