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개전 초기만 하더라도 미국 국방부는 사담후세인 대통령의 최정예 부대인 공화국수비대만 격파하면 이라크 국민이 즉각 봉기에 나서 후세인 체제를 무너트릴 것으로 낙관했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수도 바그다드 외곽에서 공화국수비대의 완강한저항에 부딪혀 지루한 싸움이 지속되면서 이러한 예상은 빗나가고, 오히려 연합군의전략 착오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황이 이렇다보니 연합군의 지상 및 공중 작전과 심리전이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 아니냐 또는 이라크군의 저항이 무한정 계속될 것이 아니냐는 분석마저 대두되고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합찹의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1일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에 최대 장애로 등장했던 공화국수비대 5개 사단중 2개 사단이 심각한 폭격피해와 미 제3 보병사단의 집중공격으로 전력의 절반 가량을상실했다"며 "바그다드 북쪽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 지역에 포진했던 이들 2개 사단의 잔여병력은 수도 남쪽으로 철수했다"고 강조했다. 마이어스 합참의장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공화국수비대의 나머지 사단과 비정규군으로 구성된 `자살 특공대'는 여전히 바그다드 외곽에서 방어진을 풀지않고 있으나 이들 역시 곧 붕괴될 것으로 보이며, 바그다드 시민들의 반란도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다. 이들은 따라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이라크는 곧 `해방'될 것이며, 이번전쟁도 끝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이런 발언이 한 두 번에 그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는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이라크내 상황변화로 반체제 인사들이 본격적인 자각을 하게 되면 국민의 반란이 반드시 뒤따를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후세인 독재체제의 공포정치에 억눌려 살아오던 이라크 국민은 후세인과그 측근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해왔는지를 점차 깨닫기 시작했으며, 이라크군 장교나 사병들도 곧 사라질 독재체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보다는 `이라크해방군'을 위해 협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무장봉기나 이라크군의 집단투항은 아니더라도 그동안 이런 일이실제로 일어났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러자 럼스펠드 장관은 새로운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1일 기자회견에서 "후세인 정부는 패색이 짙어지자 이라크 국민의 연합군 환영과 군병력의 집단투항을 막기 위해 은밀한 `처형'과 자살특공대를 이용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공포정치를 펴오던 후세인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세인 정부가 "공화국수비대와 비정규군 등 국민의 완강한 저항에 밀려수세에 몰린 미영 연합군이 휴전협상을 제의했다"는 등 연합군의 진격에 관한 거짓소문을 퍼뜨리면서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을 붕괴조짐의 실례로 들기도 했다. 마이어스 합참의장이나 럼스펠드 장관의 이런 발언은 물론 미군의 전략 및 작전착오를 주장하는 퇴역 장성이나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에 반박하며, 장기전과 연합군의 희생을 우려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연합군이 좀처럼 바그다드 장벽을 뚫지 못하는데다 이라크 비정규군의 집요한저항에 부딪혀 곤란을 겪자 최근 미국내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첨단무기를 동원한소수병력만을 앞세워 이라크전을 단시일내에 끝내려던 럼스펠드 장관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인용보도한 한 현역 대령은 "럼스렐드는 이 전쟁을 헐값에치루려고 하고 있다"고 불평을 터트렸다. 한 퇴역장성은 "아무리 현대전이지만 제 101 공중강습사단의 첨단무기의 지원을 받는 1개 중무장 보병부대로 5개 사단의 공화국수비대를 상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럼스펠드의 전략이 이라크에 진격한미군을 일시적인 위험상황에 빠뜨렸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럼스펠드 장관은 "이라크전 전략은 이미 6개월에 걸쳐 철저히다져진 것이었다"며 "그러나 (최근의 전황으로 볼 때)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것같아 일부 전략의 수정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워싱턴 AFP.AP=연합뉴스) bigpen@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