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지주회사 설립 붐이 일고 있다. 시장의 경영투명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과 함께 참여정부의 기업개혁 정책이 맞물리면서 일어난 큰 변화다. 증시는 이같은 기업의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로의 변신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기업입장에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대주주의 후계구도를 보다 투명하게 구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LG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배경엔 이런 까닭이 있다. 지주회사제도가 증시는 물론 한국경제의 '새 화두'로 급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 도입 배경 지주회사는 1999년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고치면서 설립이 허용됐다. 지난해 말까지 LG그룹 한국컴퓨터 대웅 동원그룹 등 16곳이(금융지주회사 4개 포함)이 지주회사 설립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풀무원 농심 등도 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출범으로 기업지배구조 개혁작업이 가속화되면서 SK KT 동부그룹 등 주요 대기업도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KT는 실질적으로 KTF KTH KTS KT파워텔 등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를 지주회사로 삼아 금융 철강 반도체 등 계열사를 움직이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사업지주회사인 (주)SK를 축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주회사체제가 되면 대규모 기업집단에 적용되는 출자총액제한과 같은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농심은 오는 4월 대규모 사업집단에 지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도 규제를 받게 된다. 이 회사는 계열사간 상호출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를 세우는 등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방침을 발표했다. ◆ 이점 많은 지주회사 지주회사는 향후 연결납세제도가 시행되면 세제상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른 시일내에 모회사가 자회사의 법인세를 일괄납부할 수 있는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 등 법적 근거가 없는 조직도 지주회사로 바뀌면 해결될 수 있다. 사업의 분리매각이나 진입 퇴출 같은 구조조정을 지주회사 차원에서 쉽게 추진할 수 있다. 대주주에게는 후계구도를 잡음 없이 신속하게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후계 승계작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지주회사가 대안이 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모든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대신 지주회사 주식만 가지면 돼 지분 관리에도 손쉬워진다. 대표적인 예가 LG그룹이다. LG그룹은 4대째 지속된 구씨와 허씨 집안의 공동경영으로 각 계열사에 대한 출자관계가 복잡했었다. 그러나 지주회사 설립과정에서 대주주들은 보유하던 사업자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인 (주)LG의 주식으로 바꿨다. 즉 대주주→지주회사→사업자회사로 지배구조가 단일화되고 투명화됐다. 대주주간 후계 승계를 위한 분리 작업도 동시에 진행돼 LG가스 LG전선 LG건설 등이 개인 대주주의 지배하로 편입됐다. 전문가들은 LG그룹의 지주회사 개편이 경영투명성 확보 및 원활한 후계 승계작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좋은 평가 받는 지주회사 지주회사 설립은 시장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우선 사업자회사에 투자할 때 투자위험성이 크게 감소한다. 자회사는 계열사 출자가 금지됨으로써 자금 유출없이 본연의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자회사는 사업만 잘하면 주가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 그동안 주요 그룹의 계열사는 신규사업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출자 및 채무보증 부담을 감수해야만 했다. 즉 '순환출자'의 고리가 형성돼 한 기업이 부실해지면 그룹 전체가 위기에 직면하는 위험에 노출돼 왔다. 또 지주회사가 수입 대부분을 자회사의 배당에 의존하는 만큼 자회사는 높은 배당압력을 받게 돼 배당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자회사는 계열사 출자 등 자금 유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배당도 늘리게 된다"며 "수급측면에서도 지주회사의 주식 보유로 유통물량도 줄어 주가에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4월 LG화학에서 분할된 LG화학과 LG생활건강의 주가를 보면 이런 현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분할 전 LG화학 주가는 1만2천7백원이었지만 26일 현재 △LG화학 3만9천1백원 △LG생활건강 2만5천7백원을 기록하고 있다. ----------------------------------------------------------------- [ 지주회사란 ] 지주회사(Holding company)란 주식 소유를 통해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다른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지주회사와 일반사업 및 지주회사 기능을 함께 갖춘 사업지주회사로 나뉜다. 정부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해 오다 1999년 기업 구조조정 수단의 하나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자산총액 1천억원 이상으로 소유한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가 당해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를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회사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될 때는 신규 설립인 경우에는 설립등기일부터 30일이내 합병이나 분할방식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경우에는 합병 또는 분할등기일부터 30일이내 주식 취득이나 자산 증감으로 인해 지주회사로 바뀐 경우에는 당해 사업연도 종료 후 4개월안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